현직 변호사가 로스쿨학생들에게 보내는 글.JPG
저는 오늘 인터넷 기사를 통해 매우 부끄러운 기사를 보았습니다.
전국의 로스쿨 재학생들이 과천 정부청사 앞에 몰려가서,
자신들에게 변호사 자격증을 부여하지 않는다면 로스쿨을 자퇴해 버리고 말겠다는
협박아닌 협박을 하였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집단행동을 하기에 앞서서
각 로스쿨에서는 재학생들에게 자퇴서를 제출할 것을 종용하고
자유로운 의사에 기해 자퇴서를 제출하지 않고자 하는 재학생들에게는
유형, 무형의 불이익을 가하겠다고 내부적으로 윽박질렀다는 이야기도 전해들었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도대체 대한민국이 당신들에게 변호사 자격증을 주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당신들로 인해서 기존의 변호사들이 밥그릇이나 지키려는 집단 이기주의의 화신으로 치부되는 굴욕을
가만히 앉아서 감수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법률전문가로서의 소양은
일반 4년제 법과대학 학부생의 수준에도 미치지 않습니다.
대륙법 체계를 계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법률 체계는
다수의 성문법으로 구성되어 있어
기본적으로 현행 법령에 대한 체계적이고 심오한 이해가 선행되기 전에는
감히 법률을 해석, 적용하여 다른 이들의 생명, 신체, 재산을 가지고 논할 수 없습니다.
당신들은 이제 고작 1년 9개월 여 법학의 맛을 보았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당신들은 스스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현재 활동하고 있는 수많은 변호사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말하는 그 알량한 '다양한 사회적 경험'도
법학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지나가던 동네 아저씨가 애들 싸움 말리면서 훈계하는 수준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당신들 말처럼 '다양한 사회적 경험'이야말로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복잡하고 다양한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면,
우리 모두는 당신들을 찾아갈 것이 아니고
마을에서 가장 경험이 많고 연로한 어르신을 찾아가야 할 것입니다.
당신들의 법적 지식이나 이해의 깊이는
누가 뭐라고 해도 현재 활동하고 있는 법조인들의
발뒤꿈치조차 따라갈 수 없습니다.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경험이라고 해 봐야
나이 많은 현명한 노인들에 비하면
어린애 수준에 불과합니다.
당신들은
한 방에 합격이 결정되고 그 이후로는 아무런 검증을 거치지 않는 사법시험보다는
체계적인 학사관리를 통해 수 많은 시험을 치르는 로스쿨이야말로
더욱 경쟁력 있는 변호사 육성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수 년간 자기 자신과 치열하게 싸우면서 기약없는 수험 준비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당신들은 스스로 가진 모든 법적 지식을 불과 나흘동안 쏟아 내기 위해
잠도 자지 못하고, 밥도 먹지 못하고 100시간 이상을 초 긴장상태에서 지내면서 시험을 본 적이 없습니다.
당신들은 8시간 내리 기록과 씨름하며 밥먹을 시간조차,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이
팔이 저려올때 까지 답안을 써 내려가는 시험을 2주 넘도록 본 적이 없습니다.
당신들이,
단순 암기에 불과한 변별력 없는 사법시험에 합격했을 뿐이라고,
합격 한 번으로 인생이 달라지는 로또를 뽑은 것에 불과하다고,
화려한 호텔 연회장에서 격에 어울리지 않는 파티나 하면서 시덥잖은 한 마디로 깎아내리는 지금의 변호사들은
당신들 중 누구보다 치열하게 공부하고, 치열하게 살아 온 사람들입니다.
저는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기득권을 누리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제 젊은 날의 치열한 노력에 대한 훈장과 같은 변호사 배지를
당신들과 같이 달고 싶지 않은 것 뿐입니다.
당신들과 같은 취급을 받고 싶지 않은 것 뿐입니다.
다시 한 번 묻습니다.
대한민국이 당신들에게 변호사 자격을 주지 않으면 안 될 이유는 무엇입니까?
당신들이 우리와 같이 변호사로써 활동하는 것을 우리가 용인해야 할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한민국 국민들이 아직 인턴 수준도 되지 않는 외과학도의 메스에
자신들의 알 몸을 맡기는 것과 같은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도대체 당신들이 요구하는 변호사 자격증이
당신들에게 합당한 자격증이라고 감히 생각하는 그 근거는 무엇입니까?
당신들은 우리의 한마디 한마디를 그저 변호사들의 밥그릇 지키기로 폄하합니다.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키려는 밥그릇은 이미 우리가 가진 것입니다.
우리가 정당한 노력에 의해 얻게 된 소중한 것입니다.
당신들은 아직 당신들에게 주어지지도 않은 밥그릇을 지키겠노라
추운 겨울날 정부청사 앞에 떼거지로 모여서
변호사 합격률을 높여 주지 않으면 학교를 때려치우고 말겠다고
소리높여 떼를 쓰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손에 쥐어 보지도 못한 변호사 자격증이 마치 처음부터 자기 것이었던 양
너무도 당당하게, 온 나라를 상대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른이를 매도하면서도 스스로는 그러한 행동을 하는데 추호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는,
당신들의 뻔뻔한 태도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당신들과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어쩌면 앞으로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료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저는 너무 수치스럽고 안타깝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속보]윤 "백종원 같은 상권기획자 1천명 육성…5천억 지역상권육성펀드 조성" 3
후속기사가 이어집니다
-
참고로 2번선지는 존재하지않어요 1번선지=미개지-화자가 지향하는곳이라고 생각하고...
-
의대생분들 질문 2
의대 요즘분위기 어떤가요? 돌아올분위긴가요 아님 다 1년더 투쟁할 각이신가요?
-
사진은 대성이고 메가기준 국어 백분위 95 생윤 96이용 과 상관없이 어디까지...
-
잘 잤다 6
이제 애니봐야지
-
올해 가도 한번 더한다 연대치대성적받아놓고 수시납치당했으니 연대치대갈때까지...
-
대입정신병 좀 치료되는듯 삼반수 생각도 좀 줄어드는 것 같고 이제 좀 주체적으로...
-
님들 이과 입시에서 수학이 그냥 압도적으로 중요함? 4
국어 탐구 영어 못봐도 슈학 잘보면 혜택 큼?
-
짤 완성 5
-
열품타 만들면 5
들어올거야?
-
나정도도수학과외할수있을듯 저격은아닙니다~
-
어디서 끝내야 제일 좋았을까
-
수학 질문이요 1
한완기 살때 테마북도 같이 오는건가요? 아니면 따로 사야하는건가요? 현우진 정병호...
-
죽나요
-
욕설 불편하셧다면 ㅈㅅ인데 진짜 레전드 ㄷㄷㄷㄷㄷㄷㄷㄷ
-
농어촌 가능합니당
-
그것은 구운미쿠
-
과연 내년 1학기에 의대생들 휴학할지가 너무 궁금... 특히 신입생들
-
25 9월처럼 기하 컷이 미적보다 낮아질 가능성은 제로인가요?
-
비둘기는 잡식성이지만 개중에도 낙엽을 먹이로 삼는다. 가을에 바닥을 쪼고 있는...
-
현 대통령 짤 수집으로 정치적 현안 기르기.
-
의사는 관심없고 1
해부실습해보고 싶어요
-
누워서 쉴때는 그렇게 우울하더니 카페 나와서 공부하니까 삶에 의욕이 생김
-
언제부터 신청인가여
-
Day1에서 주관적으로 허용,불허하지말라고 그렇게 배우고 반복해서 감도 다 잡았는데...
-
( 한국갤럽, 국민 50% "내년도 의대 신입생 인원 조정해야 한다" ) 0
국민들 여론에서 이정도 나오면 ?! '의료개혁'이라는 워딩으로 포장한 의료대란'을...
-
https://www.sdijon.com/course/curriculum ㅈㄱㄴ...
-
근데 자전가면 8
무조건 2전공이상 해야해요? 송영준님께서 경제정치 2개 하셨길래요
-
솔직히 팔로우수는 10
100언저리 아슬아슬할때가 제일 재밌다고 생각해요 안정권인 지금은.. ..
-
과탐 1
23 수능 때 현역이었는데 그때 화1 지1이 각각 38 45점이었거든요 (백분위...
-
아
-
진학사 보는데 다군 성대에서 내가 국수영탐 90 98 2 97 이고 다른 사람이...
-
50일 수학 - 신발끈 및 도형 (이미지t) - 라이트 쎈 수 상하 - 세젤쉬...
-
내가 달고싶구나..
-
[단독]챗GPT, 로스차일드 가문 상속자 'david mayer' 치면 먹통 2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오픈AI의 챗GPT에서 로스차일드 가문 일가인...
-
인서울 지거국만
-
옮만추는 실존할까? 20
흐음..
-
누구길래
-
23학번 애들 보면 분명 내 또래인데 슬슬 괴리감이 느껴짐...
-
재수 시기 5
대충 언제부터 하시는지요 들
-
선 씨게 넘는데
-
옯스타 맞팔9 10
-
시발점 확통 2
이틀전에 이미 시발점 확통을 사버렸는데 지금 확통 들을거면 개정 시발점이 더...
-
이영수쌤 커리를 탈 지, 이명학쌤 커리를 탈 지 고민입니다. 4
이영수의 기출분석은 꼭 풀어보고 싶은데 그냥 영수쌤으로 쭉 갈까요? 아님 이명학쌤...
-
현실은 4등급따리지만 1년.. 아니 2년... 4년이 남았으니까라는 위험천만한 마인드
-
제가 이제 두각에서 수학단과를 한개 다니려고하는데, 그 과목의 단과를 들어야지만...
-
"급발진했어요..." 시청역 사고 이후 급발진 주장 늘었다 [앵커리포트] 3
다시 봐도 안타까운 지난 7월의 서울 시청역 앞 역주행 사고 장면입니다. 9명의...
-
오호..
이 글은 현직 변호사가 아니라 일개 사시생이 쓴 글로 판명났습니다.
아무리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도 기본적인 법조인 자질 수준이 되느냐는 검증하겠지요. 만약 로스쿨 출신들이 실력이 있다면 합격률이 높을 것이고 아니면 낮겠지요. 설사 로스쿨제도의 정착을 위해 변호사시험을 파행적으로 쉽게 낸다고 해도 어느 쪽 경우이든 시장과 사회에서 검증을 받고 결국엔 사필귀정이니 너무 걱정하거나 하지는 마십시오. 그리고 이 글이 현직 변호사가 쓴 것이든 일개 사시생이 쓴 것이든 현실과 맞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건 큰 문제이고 개선해 나갈 부분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