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Roman. [69422] · MS 2004 (수정됨) · 쪽지

2017-05-01 02:02:05
조회수 1,142

올림픽에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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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한국을 응원하지 않았다. 곤충, 심지어 모기조차 죽이지 않는 심성을 가졌지만내가 왜 월드컵에서,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단 저들을 응원해야 하는지 이해가지 않았다.  한국이 역전골을 넣을 때, 간발의 차로 쇼트트랙 날이 결승선을 통과할 때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이들은 도대체 어떤 심정인지 여간 궁금한 게 아니었다. 선수들에게 스포츠란 국가대표 이전에 직업이고, 어찌보면 직업화된 스포츠 경기란 사익에 충실한 극히 개인적인 활동에 불과한데도, 스포츠 잡담가들은 그걸 국력과 연관지으며 공적인 화제인 양 기만한다. 예컨대 축구 한일전은 독도와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한국팀의 승리는 '독도를 빼앗으려는 일본에 대한 응징'으로 묘사되고 전쟁으로부터 우릴 구한 것도 아닌데 '대첩'이라는 대서사시 용어가 지겹게도 사용된다.  올림픽이 한창인 어느 날, 모 언론사는 '금,금,금... 모처럼 국민 웃었다'는 기사를 냈지만, 한국 선수단이 앞으로 획득하게 될 메달 수와 상관없이 몸에 장애가 있는 또다른 세 모녀는 끼니를 걱정하며 살 것이고, 움직일 힘조차 없는 독거노인은 사각에 방치된 채 소주로 제 명을 더욱 축낼 것이다. 고유가와 고물고에 따른 생활고와 위정자의 부패, 책임회피는 사라지지 않는다. 열정적인 스포츠 잡담가들에게 움베르트 에코가 달아준 딱지는 '초딩스러운 세계관', 다시 말해 어른은 커녕 청소년조차 되지 않는 애들이라는 것이다. 나는 한국이 이탈리아에 역전 골을 넣을 때, 이승엽이 한일전에서 군면제 역전홈런을 때려낼 때 역시나 흥미롭게 관전했을 뿐, 기뻐하지 않았다. 연봉 수십억을 받는 이들이 국가선전에 기여한 대가로 신성한 병역의무를 면제받는 대신 다른 병사들은 뇌종양이 있음에도 군대에 징집돼 두통약을 처방받고 죽어가야 했으며 GOP에서 수류탄에 얼굴이 불타야 했다. 이런 스포츠 전시 국가에 '신성'하다는 국방의 의무는 단지 값비싸게 거래되는 재화에 불과하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남들의 섹스를 '구경'하기보다, 자신의 인생을 즐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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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VERICK · 680381 · 17/05/01 02:03 · MS 2016

    <p>' 졌지만 잘싸웠다! 같은 문구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성적이면 별로 냉정한 평가가 내려지지않는건 확실한것같네요 '</p>

  • 고른햇살 · 549535 · 17/05/01 02:06 · MS 2014

    내가 한국에서 사는 이유는 절대 국가를 위해서 따위가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문화적 자산이 한국에서 가장 통한다는 점뿐입니다.

  • 핥짝 · 669956 · 17/05/01 02:11 · MS 2016

    쪼끔 ㅇㅈ하는부분이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