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와 정시
글쓰러 들어오는 사이트는 두 곳이다. 페이스북과 오르비.
페북에는 나만 보기 위한 글을 쓰고,
오르비엔 읽히기 위한 글을 쓴다.
들락날락하다보면 본의아니게 입시관련 글을 접하게 된다.
많은 이슈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수시로 인한 박탈감을 호소하는 글이다.
'남자는 정시지.'
내가 입시생 때 유행하던 문구였다. 깨작깨작 우리가 존경하지 못하는 선생들 말 받아써서 수업에 집중할 게 아니라 마이웨이로 수능에서 승부본다 이게 저변에 깔린다. 천재형 수사다. 학교에서 맨날 놀아제끼고 내신은 잘 안 나오지만 머리가 좋아 수능을 잘 봐 대학을 잘 가는 그런 스토리는,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캐릭터다.
여기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 전제된다. 하나는 그 어떤 나락에 빠진 아이들도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가정환경, 지능, 내신성적이 뭐건 간에 제로베이스에서 수능 몇 개 더맞히느냐로 일합을 겨룰 수 있다는 의미다.
그게 흐려지는 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대학이 왜 수시 비중을 늘려갈까. 이유는 간단하다. '수시'가 '정시' 입학생보다 더 좋은 아웃풋을 내기 때문이다. 내신을 따기 위해선 실력이 필요하고 그 실력엔 학습능력 뿐 아니라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능력, 선생님과의 좋은 관계, 선생님 말씀대로 답안을 현출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건 대학에서 마찬가지, 아니 더 심하다. 교수의 의견을 따르고 출석을 잘 하고 교수와 좋은 관계를 맺은 학생만이 A+를 거머쥘 수 있다. 사회과학 분야에서 교수의 의견을 호기롭게 까고 수석을 차지한 프로코피예프의 스토리는 한국에선 어불성설이다. "네까짓 게 감히?"라는 감정을 들게 하는 순간 평가게임에선 아웃이다.
그렇게 학점을 잘 받으면, 좋은 곳에 갈 수 있다. 로스쿨이든, 공공기관이든, 의전이든. 또 체제에 잘 적응하는 성향은 한국 조직에선 아주 중요한 미덕이다.
내가 본 (내신은 안 좋은데 수능을 잘 쳤던 재수 이상의) 정시생들은 각양각색이었다. 대부분 대학학점이 좋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신 사업을 하거나, 고시를 하거나 하나에 집중해 한우물을 파는 성향은 그 비중이 수시입학생들에 비해 많았다.
최근 수시에서 교수인 아빠의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을 스펙으로 활용한다는 것을 보고, 이러니 수시가 더 잘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교수 정도 되는 사람이 자기 이름을 리스크로 저런 찌질한 일에 동참할 정도로, 자녀의 성공을 위해 헌신할 자세가 되어 있다면 그 집안 자식이 대학에서 좋은 아웃풋으로 남지 않는 게 되려 이상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수시생들이 무비판적 체제순응적이고 정시생들이 모험적이고 챌린징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다. 정시만으로 뽑는 것도 한탕주의 횡행 및 재수 삼수 양산화의 도구로 전용될 수 있다. 그러니 균형이 중요한 거다. 균형이 깨지니까 예전 정시의 폐단을 막고자 도입됐던 수시가 점점 한 번 실패한 자는 허용되지 않는 그들의 리그로 전락하는 것이다. 일부 폐기물 탓에 나머지 성실한 수시생들까지 싸잡아 욕먹고, 편갈리는 것이 안타깝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수능 끝나고 한 5일 지난 이후로 글 자체가 없어요...
-
현대대수랑 위상은 평생 봐도 이해 못할듯
-
Nerdwriter1 전 이 채널 되게 추천함
-
https://orbi.kr/00056211474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제 레어 귀엽죠 15
-
하 개시발 진짜 인생 되는게 없네
-
너무 힘들다 0
수능 망쳐서 기분이 최악인데 아빠가 내가 눈에 보일 때마다 계속 ㅈㄹ하네요. 계속...
-
크럭스를 향한 감사의 말씀들 및 주요 상담결과 (24학년도 정시 입시) 안녕하세요...
-
임용 문제 다운로드 페이지가 있길래 걍 임용 수학 다운받음 ㅋㅋㅋㅋㅋ
-
"100 97 42 50이요" "와 아들! 그 정도면 연고대도 합격하겠구나!...
-
수능날 집중해서 풀어서 그런가 다 기억나긴 했어요 수학 영어는 가채점 써옴
-
과탐 2과목들 3
중 그래도 하나 하라면 지2인가요? 4개 추천하는 순위가 어떻게 되나요? Ex)지생물화
-
초딩 때 아빠가 강제로 영단어 암기 하기 싫어 미치겠는데 강제로 시켰을 때 권력에...
-
고2때 내신대비 깔짝하고 이번에 미적에서 확통으로 바꾸는데 뭘 해야할까요??
-
인생이란 참
-
오르비 리젠 뒤진 이유 13
유입은 없고 하던 양반들만 계속 함 ㅇㅇ 근데 원래 하던 사람들 중에서 입시판...
-
메가 대성 둘다 잇어요
-
원래 수능 끝나고 1학기 개강 전까진 엄청 활발해야 정상인데..? 9시 반인데도...
-
수능 문제 다시 풀고 실수한 부분 찾기
-
역시 다들 아재개그를 좋아하는 게 분명해
-
밤맛이 적당해서 딱 좋음 5개 들었는데 1600원인 거면 가성비도 적당함
-
현역으로 정시로 사탐공대 도전해볼려고 합니다 고1~고2 학평 성적은 국어: 고1때...
-
고정1등급인데 100점 목표로 ㄱㅇㅇ샘 ㅊㅊ? ㄱㅇㅇ 김승리 강민철 중 고민
-
언매1틀 85점이랑 물리 42점... 제발 둘다 22 22 22 22 22 22...
-
어차피 옷 두 벌이면 충분한 게 땀도 별로 안 나니까 매일 안 빨아도 되고 교복마냥...
-
토플 해보신분 질문 19
올수 96 토익 공부 없이 1트 950인데 이거 2월 전까지 고득점 ㄱㄴ?
-
현재 고2인데 2025 교재를 사서 2026 수능대비를 해도 될까요?
-
3모 6모 9모 수능 성적 입력 기재된 대학에 합격 그리고 또 뭐가 있죠?
-
공부량이 현저히 적은 사람은 의대를 가야하나요 공대를 가야하나요..? 시키지 않거나...
-
오뎅이 개귀엽누
-
방구석에서 옵챔스를 벅벅
-
난 개인적으로 후자가 더 좋음
-
감동 실화 수학여행 때 친구들이 골라준 옷 빼면 엄마가 사주는 옷만 입고 살았음 대딩 때 어쩌지
-
진학사가 추합권이래
-
진짜 뭐임??
-
나땐이걸로 가형공부했다 ㅇㅇ
-
이과는 대부분 8
언매랑 미적 선택하나요?
-
뭔가 신기하면서도 프로필 들어가보면 다 탈퇴한 사람들일때 왜인지 모를 슬픔이 느껴짐 머지
-
세종대나 단국대....하나쯤 높ㅇ게 써보려하는데 쓸만함?
-
요즘 수능은 쎈으로 미적 3점까지 커버 가능한가요
-
옷코츠 유타 3
ㅇㅇ
-
논술안끝난 사람인가?
-
나도 좀 쳤었는데 왕년에 노베 전용으로다가 없나
-
이누마키 식으로 답변해줌
-
뭔 차이인건가요? 전자는 나중에 경상대학 내에서 정하는거고 후지는 전체 과에서 정하는건가요?
-
지금 광운대 가톨릭대 정도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논술 갔다와보니 동국대가 너무...
-
지금이라도 쳐야됨? 모의고사 시험지는 꼴도보기 싫은데
-
처음엔 쌤이랑 하면서 배우고 그다음에 그 방식을 나한테 맞게 해서 ㄹㅇ 개뜯어야함...
-
망햇뇨
항상 잘읽고있어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실수로 신고 눌러버렸어요 ㅠㅠ 죄송합니다
관리자님은 이거 보면 잘못신고들어간거라고 생각해주세요
대학이 왜 수시 비중을 늘려갈까. 이유는 간단하다. '수시'가 '정시' 입학생보다 더 좋은 아웃풋을 내기 때문이다. 이 부분 근거 있는 얘기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