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딱, 장문주의)재수생활 조언해봅니다
일단 본인은
쌩재수 1년
1학기 대학생활
1학기 마치고 삼반수
총 2년의 시간을 쏟았습니다.
재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1. 성적향상
확실히 재수학원을 다녀본 입장에서 느끼는 것이, 공부량과 질이 현역에 비해 압도적입니다.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3년동안 공부한것보다도 재수학원에서 1년 공부한게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들어가보기 전에는 상상도 못했는데, 고등학생이 이런 재수생들을 상대로 정시대결을 건다는 것은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심하게 농땡이부리고 수업시간마다 멍때리면서 보내지 않고, 최소한 선생님들이 요구하는 것만 쫓아가도 성적은 반드시 오릅니다. 크게 바라지도 않으니까 일단 수업시간에 조는 것좀 줄이고, 숙제 다 하려고 노력해보세요.
2. 인간관계
재수학원은 그래도 다들 뭔가 생각을 하고 오는 곳입니다. 고등학교때 놀다가 뒤늦게 깨달은 친구,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잘하나 수능 당일 삐끗해서 온 친구, 어차피 인생의 한번뿐인 시험인데 잘 쳐보고 지나가자! 라는 마인드를 가진 친구.... 물리를 무조건 15분 안에 다 풀어제끼는 천재같은 친구도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 옆에서 공부해야, 여러분도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그냥 잡담하는 친구, 같이 노는 친구 말고 그렇게 깊이있는 대화하고 같이 공부할 수 있는 친구를 사귀세요.
보통 재수학원을 다니는 선생님들도 그냥 선생님들이 아닙니다. 저는 부산대성학원에서 공부를 했었는데, 그 지역 그 동네 가장 유명하고 돈 많이번다는, 제일 열심히 일하는 선생님들 집합소였습니다. 심지어 가장 기타과목으로 비주류가 되어버린 한국사(과거에는 서울대생 필수였습니다 ^^) 선생님마저 자기 개인학원이 계시더군요.
특히 재수학원의 선생님들은 그 업계에서 나름 1등하고, 정말 원탑 최강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아무리 그 선생님들이 개인과 맞지 않고 인간적으로 케미가 안맞아도, 경청하시길 바랍니다. 거기 선생님들이 하시는 말씀만 다 모아놓고 공통점을 찾아보면 대단히 중요한 원리들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전 그걸 지금 칼럼으로 하나씩 풀어내고 있고요.
3. 이 짓을 20대때 해보지 않으면 언제 할 수 있겠습니까?
저도 재수학원을 다녀보기 전까진 이런 생활을 감히 상상해본 적도 없고, 재수한 놈들끼리 말해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소리가 '직접 겪어보지 못하고는 절대 이해할 수 없다'라고 합니다. 다소 꼰대스러운 발언이지만 격하게 공감합니다.
재수생활을 정말 의미없게 허무하게 보내지 않은 이상, 여러분은 스스로의 극한에 닿아보았을 것입니다. 저도 그랬고요.
사실 전 여러분이 재수생활을 통해 인생역전의 성적을 받는것 보다도, 반드시 한가지 중요한 정신적 각성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높은 집중력과 한계치에 가까운 체력을 쥐어짜내서 뭔가를 해본다는 경험이 살면서 하기가 어렵습니다. 재수해본 제 친구들 이야기 다 들어보면, 정말 보람찬 시간이었고 크게 얻는 경험이었다고 되새깁니다.
그럼 넌 그런 중요한 정신적 각성을 얻었니? 라고 반문하신다면, 제 칼럼 구독 좀...
주의해야할 점
1. 성적에 관한 마인드
재수학원을 절대! 절대! 절대!로 여러분의 성적을 자동으로 그냥 쉽게 끌어주지 않습니다! 비록 여러분이 고3 수능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받았긴 했지만, 3년 내내 놀았던건 아니잖아요?
단순히 재수학원 다니고, 오래 앉아서 공부했다고 성적오르면 다 재수학원 5년 10년씩 다니지, 미쳤다고 고등학교나 다니고 있겠습니까. 뭔가 여기 선생님들이 문제지 유출해서 여러분한테 가져다주지 않는 이상, 공짜로 성적이 오르진 않습니다.
제 말은 재수학원에서 수동적으로 공부하지 말라는 소리입니다.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위치와 상태를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수능에 가까워지면 선생님들이 족집게처럼 자료 많이 주시는데요, 당연히 단순히 자료 많이 받아다가 사물함에 넣는다고 블루투스마냥 여러분 뇌에 전송 안되는거 잘 아시지요???
2. 체력
이 글쓰는 필자가 이걸로 제일 두들겨 맞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3때와는 차원이 다른 노력과 시간, 집중력으로 장시간 공부합니다.
당연히 체력이 박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삼반수때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과민성대장증후군을 걸려보았습니다. 진짜 뒤지는줄 알았습니다. 안그래도 체력 안좋아서 고3때 편도선염으로 고생했는데, 재수 삼수 할때는 훨씬 더 자주 아팠습니다.
반드시 취미로라도 운동이나 주기적인 스트레칭, 스트레스 해소 수단을 마련해두십시오. 평소 열심히 공부했는데, 주말에 시간 아깝다고 맨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오르비나 하지 마시고, 몸을 움직이시고 적당한 자극을 받아야 합니다. 재수생활의 특성상 뇌만 미친듯이 쓰게 되는데, 이거 심하면 불면증이 와서 컨디션 박살내버립니다.
육체적인 체력 말고도 정신적인 체력, 멘탈도 금이 많이 갑니다. 필자도 재수하면서 하도 외롭고 힘들어서 혼자 훌쩍인 경험도 있습니다. 여러분 스스로 이런 위험을 미리 인지하고 적절히 대처해가길 바랍니다. 저도 가끔 서울서 내려온 친구랑 하루씩 놀고 그랬었어요.(아 그래서 내가 서울대를 못갔나?)
3. 어느 시기에 제일 열심히 공부해야 하나?
제가 관찰한 바를 좀 나열해봅니다.
1) 현역때 수능을 마치고 의지를 불태우며 초반에 열심히 하는 친구 -> 4월 넘어가면 친해져서 친구들이 많아지고 잡담도 많아짐 -> 8월 넘어가면서 제일 농땡이를 잘 부림 -> 삼수때 다시 만나요 ^^
2) 1번 루트로 삼수 테크를 탐 -> 대부분이 크게 혼쭐나고 정신차림 -> 재수할때처럼 정신 놓지 않는 이상 삼수생들은 나름 잘 되덥니다
3) 대학 좀 오래 다니거나 군대도 갔다오신 어르신들 -> 초반에는 조용히 공부합니다 -> 7월달에도 성실하게 공부합니다 -> 9월 이후 막판가면 정말 열심히 잘합니다
이것 말고도 무수히 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어디에 속해있을까요?
엄~~~청난 비율이 1번에 몰려있을껍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3,4월 초반에 전의와 의지를 불태우며 정말 열심히 하다가, 힘 좀 빠지고 슬슬 작년의 아픈 트라우마가 사라질 시점에서 친구도 많아지고 익숙해졌다, 무리를 모여 삼삼오오 즐거운 수다를 떱니다.
제가 나중에 칼럼으로도 공개할 예정인데, 우리 학생들은 수능을 잡기 위해서 언제 제일 열심히 공부해야하나요?
정답은
8월 이후 이제 더위가 식어가고 9평이 다가온 시점, 그리고 9평이 끝나고 나서 평가원이 자신이 보여줄 카드를 전부 보여준 가~~장 마지막에 제일 열심히 해야 합니다!!!!
앞서 제가 한 잔소리 전부 씹어먹어도 됩니다. 이 한마디만 기억해두십시오. 여러분은 1년중 가장 마지막, 여러분의 경험치와 숙련도가 제일 극에 달했을때, 제일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이때 열심히 한 자만이 성공하는 것입니다.
마라토너들도 42.195km를 달리는데 이건 계획없이 뛰었다간 곧장 탈진하고 작살납니다. 각 구간마다 적당히 체력안배를 하며 달려야 합니다. 그런데 재밌는게 마라토너들이 35km를 넘어선 마지막 순간에선 어떤 계획을 가지고 달릴까요?
자신이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내서 달려야합니다. 그래야 1등을 넘볼 수 있습니다.
9월 이후에는 여러분이 3월때 불태우던 그 의지와 노력 이상으로 공부를 해야합니다. 지금 상태에서 조금만 내가 더 노력하고 정신차리면, 가능하다! 라는 마인드를 세뇌하며 진짜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내야 합니다.
명심하십시오, 마라토너들, 인류 최정상들은 가장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쥐어 짜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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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옯창이냐.
N수를 겪지는 않았지만 현역들에게도 정말 도움될만한 글이라 생각합니다. 공감공감!
재수시작해서 두달동안 공부한게 고3 전체 공부량 넘은거같네여 ㅋㅋ.. 하
그만큼 체력에도 무리가 많이 갑니다. 관리 열심히하세요!
전 아직까지는 오히려 현역때가 더 공부량이 많았던 것 같아요. 아직 1주일밖에 안 돼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 재종이라 자습시간이 너무 적어서 그런가 싶은데 이런 경우엔 어느 시기에 젤 열심히 하면 좋을까요?
괜히 제 글 보고 현역때보다 공부 많이하려고 무리해서 당장 쥐어짜내지 마세요. 어차피 자연스럽게 현역때의 내공과 훈련도를 능가하게 되어있습니다. 제가 글에서 언급한것처럼 무조건!! 맨 마지막 순간이 제일 열심히 한 시기여야 합니다. 물론 초반에 놓으라는 말은 아닙니다.
재수 종합반 특성상 선생님 수업이 많은데, 꼭 자습시간만을 학습시간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남한테 듣고 설명받는 시간 또한 당연하게 공부하는 시간입니다. 학생들 중에서 수업을 등한시하고 자습을 중시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저같은 경우에는 11월 마지막까지 수업 거의 다 챙겨먹었습니다.
음.. 재종 담임쌤이 주말 자습 웬만하면 다 하라고 하시는데 지금같은 초반엔 일요일 하루 쉬어도 괜찮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초반에는 너무 심하게 달리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만, 대단히 주관적이고 사람마다 달라지는 것이라서 함부로 조언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저는 할때는 정말 열심히 집중력있게 하는 스타일이엇기 때문에 남들보다 쉬는 시간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제 기준으로 보면 일요일 하루 쉬는거 별로 고민하지 않습니다만, 제가 하는 말이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주의하시길.
다만 주의해야할 것이 재수생 특징이 초반에 불꽃처럼 타오르다가 마지막에는 기진맥진하고 제일 풀어지거든요. 제가 하는 말 말고도 최대한 많이,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시고 스스로에게 최적인 리듬을 찾으시길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저 여쭤볼 게 있는데 쪽지 드려도 될까요?
그럼여. 댓글로 하시던지 편하신대로 마음대로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