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물범 [909040] · MS 2019 · 쪽지

2019-10-28 0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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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만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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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만 지나면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 차가운 새벽 공기로 숨을 쉬는 시간도,

차를 타고 학원에 가며 파란 하늘이 붉게 물드는 걸 보는 시간도,

거의 교복이 된 흰 줄이 그어진 각색의 트레이닝복을 입은 학생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걸 보며 잠시 눈을 붙이는 시간도,

시작과 끝을 알리는 똑같은 종소리에 잠에서 깨려 몸부림 치는 시간도,

짜투리 시간이라도 이용하려 한국사 수특을 펴두고 밥을 먹는 시간도,

눈을 뜨기가 힘들어 변기에 앉아 몰래 자다 올까 고민하는 시간도,

답도 풀이도 유사한 문제도 떠오를 만큼 질리도록 기출을 푸는 시간도,

틀린 문제에 빨간 볼펜을 찍찍 그으며 행여 그 소리에 주변 사람이 방해받을까 뒤늦게 소리를 줄이는 시간도,

조금이라도 집에 빨리 가고 싶어서 내려오지 않는 엘베 대신 계단으로 슬리퍼를 끌고 타닥타닥 뛰어내려 가는 시간도,

일주일에 한번 단과 시작하기 전 30분간 친구와 나누는 담소가 내가 입을 여는 전부인 시간도,

나의 노력이 보상 받지 못할까봐 하루에도 몇 번 씩 심장이 곤두박질 치는 시간도,

대학에 가면 어떨까 혼자 행복회로 돌리며 미소짓다 현실을 자각하고 우울해지는 시간도,

오르비에 들어와 나와 같은 처지인 사람들의 이야기에 위안 받는 시간도,

플래너에 담긴 나의 1년을 훑어보며 정말 열심히 했다 뿌듯해하는 시간도,

각자의 학원에서 각자의 최선을 다하고 있을 친구들이 좋은 결과를 얻길 기도하는 시간도,

핸드폰이 없어 전화를 하러 1층 공중전화까지 오르내리는 시간도,

책상에 붙여둔 너를 보는 날 D-Day를 하루씩 지워나가는 시간도,

너와 나의 상황을 이해하지만 그래도 니가 보고 싶고 너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몰래 우는 시간도,

모두 그랬'던' 추억이 되겠지. 17일만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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