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림 [474864]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9-12-09 22:48:44
조회수 6,473

장문) 자신의 인생이 실패(라고 스스로 말하는) 제 동생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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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부터 노래 부르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초3때부터 취미로 성악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배우자마자 워낙 재능이 뛰어나


배운지 4개월만에 광역시 규모로 초등학생 전체 대상으로 하는 대회에서


1-2등을 우습게 했어요.



그러다가 초 4가 될 때 쯤


성악하려면 악기 하나를 배워야 한다는 소리를 듣게 됐습니다.


노래만 하고 싶어했지 악기를 배우기 싫어야 했던 동생은 악기를 배우길 거부했죠.



근데 저희 어머니는 동생이 음악 같은거 집어치우고


공부나 하기를 원했습니다.


본인이 좋은 대학 못 갔다는 컴플렉스가 있으셔서 자식은 뭔 재능을 가져도


공부를 시켜야 한다 그런 주의였거든요


그래서 '악기를 못 배울거면 성악 그만둬라' 라고 반 협박식으로 했죠.


몇 달간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제 동생은


악기를 배우겠다고 결심하고 학원에 찾아갔는데


학원을 가보니깐 


어머니께서 동생 성악 학원을 강제로 그만두게 하셨더군요


동생이 악기를 배울 생각이 없으니 성악도 그만둬야겠다고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말이죠.



동생이 나중에 어머니한테 악기를 배울테니


성악을 배우게 해달라고 빌었지만 


어머니는 그냥 완전히 무시로 일관 했습니다.


제가 공부를 잘하는 축에 들어서 오빠인 제가 수험 공부를 해야 하니


너도 공부나 해라 라는 논리로 말이죠.



그래서 결국 동생은 성악을 포기하고 맙니다.



그러다가 일반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도 인문계를 진학하고 고1이 된 이후


아무 의욕없이 내신 성적이 7,8등급을 찍고 있었습니ek.


저는 하고 싶은 성악을 못한 제 동생한테 너무 미안해서


예고로 편입을 하라는 조언을 하게 됩니다.


부모님이 필사적으로 반대했지만 동생의 의지가 너무 강력해서 


일단 성악 학원으로 다시 테스트를 보러 갑니다.



그런데 7년 가까이 목을 쉬었는데


제대로 목소리가 나올리가 없죠


학원 선생도 오랫동안 성악을 안하다 보니 실력이 아쉽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의 어머니는 그 모습을 보자


성악 학원 선생님 앞에서 코웃음치면


'저거 봐요도 력이 저 정도인데 이미 늦은 거 아닌가요?'


라고 대놓고 조롱을 했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나서 어머니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그냥 학원에서 동생을 데리고 나가버리고 맙니다.



그 때 제 동생이 느낌 감정은


좌절감 그 자체였습니다.


'아 역시 나는 성악을 하고 싶어도 못할 운명이구나'라고 느꼈대요


하지만 저는 공부로는 동생이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여


'그럼 미술을 시키는 건 어떻냐고' 타협을 했습니다.


부모님은 또 그건 찬성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다름 유명한 예고에 미술과로 편입을 해서 학교를 다니게 했습니다.



평균보다 미술을 잘하기는 했습니다. 재능도 있었군요.


하지만 원래 흥미가 있었던건 성악인데 어디 잘되겠습니까.


인문계 고등학교에 있을 때보단 나았지만 여전히 내신 성적은 형편없었고


고등학교 내내 부모님하고 싸우기만 했습니다.


공부를 안하는 제 동생을 다그치기만 했었구요.


미술은 동네학원에 보내는 정도가 다였고 


오히려 '수능'을 시키겠다고 과외 선생 부르는데 돈 몇 백만원을 꼬라박았을 정도니 말이죠


동생의 인생은 달라지는게 없었습니다.


현역은 당연히 실패했고(지잡대 하나 붙었습니다)


올해 재수를 했는데 하루에 7-8시간 씩 공부했는데도 불구하고


등급은 국어 1등급 오르는게 다였습니다.


이대로는 올해도 대학은 겨우 인서울을 할까 말까입니다.




그런데 웃긴 것은


어릴 때부터 같이 성악을 시작한 친구들 중에


그만두지 않은 애들은 상당수가 서울대를 비롯한 온갖 명문대를 다 갔다는 소식이 점점 들려온다는 것입니다.


그 사실을 동생이 알게 되니까


정시 실기를 준비해야 하는데도 엄청난 우울증이 걸린 것 같습니다.





오늘 제 동생이 한숨을 쉬면서


'내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다'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성악만 강제로 그만두게 시키지 않았어도 이러지 않았을거다'


'예전엔 성악을 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나이도 끝나버렸고 하고 싶은것도 전부 사라져 버려서 하고 싶은게 없다'


라고 울면서 얘기하더군요.


동생이 너무 많이 걱정입니다.


첫째인 제가 공부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부모님에 의해 강제로 하고 싶은 걸 못하게 된 것이 제 의지는 아니지만


너무 많이 미안합니다.





차라리 우울하면 다행인데


이젠 성악도 하고 싶지가 않답니다.


이젠 성악을 다시 시작하기엔 대학도 너무 많이 늦어버렸고


성대 발달도 이미 다 끝나버렸기 때문이라네요.


그리고 성악을 접하지 않다보니 이젠 흥미라는 것도 사라져버렸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네요 정말.


많이 미안합니다.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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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mrhai · 712111 · 19/12/09 22:52 · MS 2016

  • 꾸에엥 · 858043 · 19/12/09 22:52 · MS 2018

    미안함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오빠?형? 역할 잘하신거에여.. 현재 결과가 안 좋다보니깐 동생이 과거가 후회되고 부모님 원망 많이 할 거 같네여 아직 입시가 끝난게아니니깐 마지막까지 한 번 최선 다해보자고 용기 불어넣어주세요

  • 가나다초콜렛 · 878016 · 19/12/09 23:01 · MS 2019

    동생분이 저랑 너무 비슷한 상황이셔서 놀랐네요 전 얼마전부터 병원에다니면서 약먹고있어요 아무것도하기싫은거 이미늦었다고생각하는거 그게 우울증의 증상인거라고 치료를 받아야지만 이성적인 생각으로 세상을 볼수있고 다시 일어날 힘이 생긴다고하시더라고요

  • 가나다초콜렛 · 878016 · 19/12/09 23:01 · MS 2019

    전 자살시도까지했다가 실패했습니다 동생분 상담한번받아보시라고하세요 ㅠㅠ

  • 답은하나 · 769436 · 19/12/09 23:21 · MS 2017

    동생분입장에서는 부모님을 진짜 원수로 생각할거같은데;;

  • 20191205~금연중 · 868293 · 19/12/10 00:22 · MS 2019

    부모가 망친 인생이네요

  • 문송의대생 · 817020 · 19/12/10 00:43 · MS 2018

    글만 읽으면 동생이 자살 안하고 안 엇나간게 대단한데요? 부모가 단단히 망친 거 맞는데요 뭐... 완벽하게 망해버린 거 같은데

  • INSANE GENTLEMAN · 782676 · 19/12/10 01:50 · MS 2017

    동생에게 미안하게 생각해야 할 사람은 오빠가 아니라 부모님 같은데요? 본인이 뜬금없이 왜?

  • 미림 · 474864 · 19/12/10 02:13 · MS 2017

    동생이 공부 안하면 제가 공부하는게 방해된다고
    부모님이 동생 하고 싶은거 강제로 막으셨거든요
    어릴 때라 미처 부모님 말리지 못한 제 잘못도 없지않아 있는 것 같습니다

  • 경성51 · 857441 · 19/12/10 02:37 · MS 2018

    지금 동생분이 진심으로 하고싶은게 있긴한가요?

  • 미림 · 474864 · 19/12/12 15:47 · MS 2017

    없다고 합니다.
    그냥 사는 것일뿐이라고 하네요.

  • 뜨거운남자 · 642571 · 19/12/11 04:56 · MS 2016

    부모님이 망친거 맞네요

  • 정보검색 · 494504 · 19/12/20 00:18 · MS 2014

    인생지사새옹지마라...

    기나긴 인생에서 지금까지의 20년은 복이 될 수도 있음을 믿으시겠습니까.

    당연히 못믿으시겠죠. 하지만 그냥 더 살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약물적 치료를 겸하면서요.

    지금 인생을 끝내기엔 너무 아깝네요ㅠㅠㅠ

    하고싶은게 없다는게 꿈이 없다는것 같은데

    그냥 지금 당장 하고싶은거(맛집탐방, 여행, 영화)하면서 시간을 좀 보내는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정시 실기는 제가 잘 모르는데 그것도 열심히 해야 하는건가요?

    또한 부모님께 깊이 사과받고 위로받아야되지않나 싶네요

  • Dtdt · 887546 · 19/12/25 05:51 · MS 2019

    오래된 글이지만 댓글남겨봅니다.
    댓글들이 모두 어머니만 욕하고 계시는데, 이해는 합니다만 온당한 일은 아닙니다.
    일단 예체능 특성상 돈이 정말 많이 듭니다. 특히 악기까지 배운다면, 학부에서 주로 다루지 않았더라도 적어도 수능생이 현강에 모의고사 좋은 거 다풀고 과외시키는 것보다 많이 들었을 겁니다.
    또 냉정하게 말해보자면, 수 년 쉬었다고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라면 변성기를 잘못 겪었거나, 혹은 발성이 초등학생 때 제대로 잡히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흉성을 포함하지 않은 퓨어한 두성으로만 노래하는 경우도 있겠네요. 어머니 말씀이 아주 틀린 게 아닐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결정적으로, 인서울 가면(공대라면) 차라리 서울대에서 성악을 전공하는 것보다 더 잘 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과라면 비슷하겠지만, 대중음악이 아닌 성악 특성상 뮤지컬로 진로 정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솔직히 힘들어요. 이 뮤지컬마저도 대중음악을 하던 가수들이 전향하는 일이 많아 to도 많지 않습니다.
    저도 가수의 꿈을 가졌던 사람입니다. 현실은 냉혹합니다...

  • 미림 · 474864 · 19/12/28 12:37 · MS 2017

    저희 집안 돈 지원 가능할 정도로 여유로운 편입니다.
    발성은 초4때 성악 그만뒀는데 당연히 안잡히죠..
    지금도 제 동생은 노래할때 두성만 써서 노래핮니다
    그리고 수능이 재수해도 5등급대 나올랑 말랑 하는데 대체 공부에 흥미없다는 말 아니고선 뭐라고 표현해야 합니까?
    그냥 저희 부모님은 성악이 하찮은 천한 직업으로 보여서 안 시킨겁니다.
    며칠전에도 성악 안시켜서 후회하던데요 대학 제대로 보낼 수 있었는데 못 보냈다구요
    온당한 일이 아니라구요? 좀 너무하십니다.

  • Dtdt · 887546 · 19/12/28 13:12 · MS 2019

    저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성대 근육은 언제라도 다시 키울 수 있는 겁니다.
    성대결절이 왔거나 이런 부분이 아니라면...
    성악과의 완전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실용음악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성이 아닌, 음색 때문에 절망합니다.
    저는 변성기 이후에 노래를 시작했고, 목에 힘이 들어가 있는 상태라 원래 음색에 비해 훨씬 얇은 목소리가 났으며(남자입니다), 변성기가 온 줄도 몰랐습니다.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보니 두성은 사용 하지도 못했었구요.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목 때문에 웃음소리가 이상하다고 애들한테 한소리씩 들을정도로 중증이었어요.
    목에 힘빼는데 1년 걸렸고, 흉성에 힘 붙이는데 1년, 두성 사용까지 반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보통 성대 근육이 더 커서, 힘을 붙이는 데 오래 걸려요. 여성이시면 특히 극복 가능하실텐데.
    솔직히 말하면 극복 가능한 격차라고 생각됩니다.
    '대학'이라는 작은 성과 때문에 비교하며 우울해하시는 건 아닌지...

  • Dtdt · 887546 · 19/12/28 13:13 · MS 2019

    성악을 그저 천하게 생각하셨다면 그 부분에서는 잘못됐다고 말 할 수 있겠네요.

  • 미림 · 474864 · 19/12/28 13:45 · MS 2017

    당연히 대학 때문에 우울해하지 성악가 못돼서 우울해하는게 아닙니다.
    그리고 고딩 때 테스트 한 번만 하고 더 이상 볼 필요도 없다는듯 어머니가 강제로 포기시켜버리더라구요
    극복가능한지 아닌지 가늠하지도 않고 부모가 ‘한번더’ 포기시켰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