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 각종 훌리들에게 고함.
요즘 게시판이 시끌시끌합니다. 속칭 연훌과 고훌의 싸움도 치열하고, 여튼 쉽게 말해 개판입니다. 이들이 내세우는 것은 '우리 학교가 더 좋음'입니다. 좋습니다. 그래요. 자기 학교가 더 좋다고 주장하는거 이해합니다. 근데, 자료가 너무 치졸하다는 생각 들지 않나요?
국회의원 수, 재계 상위권 기업 CEO 수나 임원 수, 고시 합격자 수, 어디서 제대로 어떻게 조사했는지도 모를 이상한 순위자료, 금융권 취업자 수, CPA 합격자 수, 교환학생 수, ... 뭐 기타 등등... 중요한 것일수도 있겠습니다만, 고작 이러한 것으로 '이런 대단한 학교에 다니는 나'를 돋보이게 하려는 생각은 너무도 허접하고 치졸한 수작이 아닐까요?
위의 사진은, 아래에 고양이나라님이 올리신 사진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불쾌하시다면 죄송합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저는 고대생입니다. 제가 고대에 대해 가장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것은, 저러한 별 대단하지도 않은 수치가 아닌, 저 사진에서 보여준 저 모습입니다. 4. 19 혁명을 이끌었던 하루 빨리 일어났던 고대생들의 의거. 가장 격렬하게 독재에 저항하면서 무수한 탄압을 받았던 고대의 과거. 그러한 탄압 속에서,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총장님까지 나서곤 했던 아름다운 미담.
좀 가볍게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작년에 타계하신 김준엽 고려대학교 전 총장님 시절, 학생들이 학생회관에서 반정부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절이 시절인지라(5공 시절...ㅋㅋ) 학교에 군경이 진입했고, 학생들은 학관 입구를 봉쇄하고 민중가요를 부르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생들이었죠. 스스로를 학관에 가둔 꼴이 된 학생들은 노래를 부르며 두려움을 잊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이 때, 학생들을 진정시키고 진압을 막으며 상황을 정리하셨던 분이 바로 총장님이셨습니다. 총장님은 학생들이 갇혀 있는 학관 근처에서 떠나지 못하고 밤을 지새우시면서, 수시로 학관에 있는 학생들에게 방송을 내보내셨습니다. '학생 제군들은 경거망동하지 마라.' '부상자가 생기면 밖으로 내보내라, 구급차를 부르겠다.' '학생 제군들은 가장 먼저 자신의 몸부터 챙겨라' '내가 학생 제군들을 지켜줄 터이니, 두려워하지 마라' 군경도 학생들을 진압하러 가지 않았고, 학생들도 그 안에서 자신들의 시위를 지속했을 뿐 어떠한 충돌도 없었습니다. 단 한 명도 다치지 않았고, 아침까지 학생들을 지켜 주신 총장님 아래에서 시위는 평화적으로 종료되었습니다.
게시판에서 고대가 연대보다 좋은 곳이라고 각종 허접한 자료들을 들이대고 계시는 몇몇 분들.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고대생이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것은 저딴 몇몇 수치가 아닙니다. 우리의 선배들이 쌓아온 발자취와, 그 속에서 그들이 수호하고자 했던 민주주의의 가치, 그리고 나아가 그들이 우리에게 물려주고자 했던 '적어도 이유 없이 공안에 끌려가서 쳐맞지는 않아도 되는' 세상. 고대생이라면, 이러한 것을 자랑스러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그리고 당신들이 그렇게 부르짖는 민족고대가 고작 '합격자 수, 취업자 수'로 정의되는 그런 처참하고 저렴한 가치였습니까?
==============================================================
고대생뿐만이 아닙니다. 어떤 대학의 학생이건 마찬가지에요.
지금의 대학생들이 세상에 대해 지독하도록 무관심한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세상이 학생들을 옥죄어오는 이 현실이 결코 아름다운 것일 수는 없겠지요. 게다가, 운동권과 비운동권으로 갈려 싸워대고, 운동권은 NL과 PD계열로 나뉘고... 서로 으르렁대고 잡아먹을 것 처럼 치졸하게 싸워대다가도 어쩌다가 뭔가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지면 금세 손잡고. 다시 으르렁대고. 이러한 학생사회의 모습은 대학생들에게 더 처절한 무관심을 강요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부분은, 이러한 학생사회가 고착화되는 데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친 선배들의 탓이 크겠지요. 저도 그러한 선배 중 하나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 때로는 한없이 부끄러워지고 미안해집니다.
제가 그렇다고 해서, 관심을 여러분께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그렇다고 해서 아까 위에 언급했던 '저러한 지표'들 따위가 여러분의 대학, 나아가 '여러분'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수치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고, 지금 살아있고 자신의 길을 정할 수 있는 '여러분 자신'의 안에 있는 것이겠지요.
내가 오르비에서 훌리짓을 하는 것이 우리 학교를 위하는 것이라고 혹시나 생각하는 멍청한 사람들이 있다면, 개짓 하지 마세요. 쪽팔립니다. 특히, 고대 학우분들이라면 더더욱이요. 너무나도 기분 상하고, 몸서리쳐집니다. 저런 사람들이 내 선배고, 동기고, 후배라는 사실이 슬플 정도입니다.
적어도, 세상에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는 말자구요. 수 년이 지나, 자신이 했던 삽질들을 돌이켜보면 정말 부끄러워서 손발이 사라지는 날이 올 겁니다. 뻔한 건데, 왜 그걸 모르고 계시나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자랑스러워해라~
마침 연예대상에서 정준하가..
뻘댓글 죄송...
아....ㅎㅎ 고마워요!!! 에티마님도 좋은 소식 있겠죠?
??이거길을잃었나???
포탈을열어라!!얍얍!!ㅋㅋㅋ
헐??? 이 댓글이 왜ㅜ여기에...
헉 제 사물함은 제대로 뜨는데ㅠㅠ 이상하네요
엌 이거 머..머얔ㅋㅋ
글쓴분의 마인드도 멋진듯....ㅎ
와ㄷㄷ
와, 멋지다...
민족고대...
어흥~ 넘 멋진 글이네여
이런분들이 대다수이면 얼마나 좋을까..ㅎ
초치는 글 죄송하지만 저는 고대에 이명박 라운지? 가 있다는 말 듣고 제 가치관에 상충되는 사람을 항상 상기하면서 학교 다니긴 죽어도 싫어서 걍 연대썼습니다
;
^^;
그 '라운지'라는 건 그냥 돈낸 사람 이름을 딴 것일 뿐이라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경영학과 생이 아니라면 이명박라운지에 오실 일이 거의 없을 텐데, 아마 연경을 쓰시지 않았나 싶네요. 꼭 합격하시고, 멋진 대학생활 하시기 바랍니다.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ㅡ
4.19 이한열 열사 연대경영학과 맞죠?
이한열 열사는 4.19때가 아니고 87년 6월 항쟁때 타계하셨습니다.
연경 맞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연세대 경영학과 맞죠. 박종철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였고요.
좀 뜬금없지만, 박종철 열사는 제 고등학교 선배님....이시기도 하네요.
아! 부산 혜광고.
서울대 법학대학원 조국 교수님도 그 학교 출신이죠.
네 맞아요. 조국 교수님도 선배시죠 ㅎㅎ
잘 생기고, 키 크고, 머리 좋고, 말씀도 잘 하시고...
재수 삼수해서도 가기 힘든 서울법대를 만16세에 입학한 ㅎㄷㄷ
신은 공평하지 못하다. ㅜㅜ
ㅠㅠㅠ 고등학교 선후배인데 저랑은....
안드로...
정말 한가하고 씰데없는 얘기지만...
그런 자랑스러운 선배님을 두셨고,
민족 고대를 다니는 것에 자긍심을 가지신 분이...
왜 하필 닉네임을 역사상 최고의 독재자로 쓰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몇번 설명한거 같은데...
걍 닉 계속 바꾸는 중이에요 ㅎㅎ
다음닉이 생각안나서 히틀러 좀 오래 썼네요.
이전닉은 맑스였고, 그 전은 라깡이었습니다.
왜 이 댓글 달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그 불순한 의도가 맞으면 그냥 무식인증 댓글이네여 이한열 열사가 419라니 ㅋㅋㅋㅋㅋ
아님 지송 ;; 근데 아무리봐도 뜬금없이 이한열 열사가 연경인걸 언급하는진 모르겠네여
사실 글에 이한열 열사 이야기도 적었다가 지웠습니다.
연훌들 부끄러우라고 적었다가... 제 학교도 아닌데 너무 오지랖인거 같아서....
아 ..;;몰랐네여 지성 ㅠㅠ 우룰루우룰님 죄송합니다 헷갈릴수도있어여 ㅋㅋ저두 근사하는데 문제풀때 맨날 헷갈렸음 ㅋㅋㅋ아 ;;
아 진짜 좋아요 누르려고 로그인했습니다 ... 이런 선배님 있으면 학교생활이 진짜 행복할 거 같습니다
비록 점수 딸려서 고대는 못 썼지만 .... 정말 멋있는 글 감사합니다 !!
고대써서 합격 기다리고있는데 너무 멋있는 글입니다.
좋아요 누르고 갑니다 ㅠㅠ
그 싸움글에서 서로 훌리니 뭐니 싸우시는 분들이나, 각 학교 CPA,로스쿨 등등 자료가지고 학교 자랑하시는 분들 이 글을 보고 꼭 좀 반성하셨으면 하네요.. 정말 멋진 글인 것 같습니다
동감 ..신도님꺼 책 잘풀었는데 너무 실망했어요 그거보고 ㅡㅡ 어린애같아서 ;;
당시 소소한 사건은 연고대였지만..
정권자체를 무너뜨리고 민주화의 봄을 맞이하는 결정적 계기는
부마사태이고..부마사태의 주역들이 부산대학교입니다..
한두명이나 몇명이 아니고...부산대학교 학생전체가 일심동체가되어
목숨을 걸고 투쟁한 덕분이죠.
그땐 부산대 > 연고대 였고 서 성 한 중 경 외 시 전부. 후기 2 차 대학들..즉 설 부산 연고 불합격자 들이 가는 대학
부산>연대는 좀 심한 비약인거 같구여 ... 저희 아버지세대때 부산대가 5~7위 사이였던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이글에도 이런 댓글 달고싶으세요?
역시 아방옹... ㅎ
오르비에 님 같은 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기 어렵다는 거 잘 알고 있지만... -_-;;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네요.
우리가 진정 자부심을 느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새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다 부질없는 짓이다.
님 임진록?
아 그리고 삼반수하면서 님을 정확히 깨우친듯한 느낌.
그래서 쓸때마다 뭔가 아련함
임진록은 봇이 아니라 사람이였어! ㅋㅋㅋ
개념글이다
학교정문 지키는 모습 ....고려대의 선배들 대단하네...
그리고 후배들이 그 내용을 알리는 모습도 아름답고요.
부마사태의 주역으로 정권을 무너뜨린 ..부산대학교 학생들은 저런 작은사진하나없어요..
국가민주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처참히 죽고 다친 학생들은
지방이다보니 남들이 알지도 못하고 ..모든게 묻혀버렸죠.
오직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투쟁한 부마사태 주역인 당사의 부산대.동아대 학생들
그들은 그들이 한 행동을 자랑하지도 알아 달라고 하지도 않는다..그들의 후배들이 자신들을 홍보해 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후배들도 그내용을 가슴에만 새길뿐이다.
칼럼급..ㄷㄷ
전 고대의 단결력과 저 민족정신? 같은게 맘에 들더라구요ㅋ
그당시에 외대도 연고대처럼 학생운동 많이했지만
지금은 빨갱이 종북만 남았죠 다함께가 아직도 교내에서 설치는거보면 ㅋ
채팅방에서 돼지를 외치시던 그 재밌으시던 분과.. 동일인물 맞는거죠?
...네...ㅋㅋㅋㅋ
좋아요 누르려고 로그인 했습니다
항상 느끼지만 글 안에는 그 사람의 인격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겉만 번지르하게 포장해서 아무 의미없는 싸움조장하는 글들이 안타까웠는데 좋은글 감사합니다
진정한 고대생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