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생]스스로 불행하다 생각하는 수험생들을 위해 - 나의 경험
안녕하세요 오르비 학원 강사 정규영입니다.
많은 학생들의 쪽지를 받으면서, 또 오르비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서 학생들의 절실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절실함이 오래 전 제 수험 생활을 많이 생각나게 하더군요.
오늘은 여러분들에게, 선생으로서가 아니라 여러분과 같은 입시를 조금 먼저 겪었던 선배로서 제 경험을 말해보고자 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제 성적은 항상 반 하위권을 맴돌았습니다. 고3 내내 봤던 모든 모의고사들보다 더 높은 성적을 받았던 수능 성적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긴 힘든 성적이었죠.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500점 만점 기준으로 300점을 조금 넘는 점수였어요.
대학 진학을 위해 저를 상담해주시던 담임 선생님은 ‘지금 점수는 사실 니 실력보다 높은 점수다, 감사해하며 대학 가라.’ 하시며 경기도권 몇몇 대학을 추천해주셨어요. 이 대학은 취직이 잘되고, 이 대학은 발전 가능성이 있고 이 대학은 또 어떻고..
재수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선생님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수능을 세 번봐도 니 점수는 지금 점수보다 높지 않을 거라 말씀하시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넉넉하지 못한 형편을 알면서도 1년만 기회를 달라며 부모님께 사정할 때, 제 마음의 팔할은 오기였던 것 같습니다.
오기로 시작한 재수생활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 제 실력은 너무나도 형편없어 수학 같은 경우는 고등학교 전 과정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현역 때 수능을 이과로 봤던지라, 사탐 같은 경우는 정말 하나도 몰랐습니다.
그 당시 저는 스스로를 불행한 사람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도 못 만나고, 좋아하던 게임도 못하고, 영화도 못 보고, 연애도 못 하고,
공부만 해야 했으니까요. 근데요, 지금은 그 때가 그리워요. 무엇인가에 몰입했던 기억이요.
다 커버린
지금도 그 막대사탕이
그리운건. 그 단맛 때문만이
아니다. 난 정말이지
가끔은 어릴 때처럼
아무 생각없이 무언가에
함몰되고 싶다.
광수생각이라는, 예전에 모 신문사에서 연재했던 만화에 있던 내용이에요. 제 수험생활이 사탕처럼 단 맛은 아니었지만, 한 가지에 몰입했던 그 시절이, 전 지금도 그립습니다.
어두컴컴한 독서실 내 책상, 까맣게 된 정석 책,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계속된 졸음과의 싸움(전 졸려서 울었던 적도 있어요.), 매일하던 자책, 독서실 책상 위에 붙여 놓았던 컴퓨터용 싸인펜으로 쓴 ‘초심’이란 글자 (지금 생각하면 유치한 하지만 그 땐 절실했던)
이 모든 것들이 참 그립습니다.
여러분, 스스로를 불행하다 생각하지 마세요.
한 가지를 위해 나머지 것들을 잠시 잊어야 한다는 것이 곧 불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몰입할 수 있는 기회는 아무나, 아무 때나 부여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지금, 여러분들이니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죠.
푸쉬킨의 시 중 이런 구절이 있죠.
‘지나간 것은 언제나 그리워지리니’
여러분들이 겪고 있는 지금의 고통은 반드시 지나갈 것이고, 또
그리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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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여기에 해당하면 개추 일단 나부터
감사합니다
멋있다.
안그래도 요즘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어서 짜증났는데..
이 글 덕분에 피멍든 저의 가슴에 다시 한번 패기를
불어넣는 바 입니다..감사합니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공부 할 책상이 있다는것 만으로 감사하라"라는 말을 보며 공부할 여건이 좋지 않아 매일 불평만 늘어놓던 제게 큰 충격이었는데
오늘 한번 더 충격을 받았습니다. 스크랩 해두고 두고두고 보겠습니다^^
이런글 때문에 제가 오르비에 들어옵니다 감사합니다
스크랩해갑니다.
고3 들어서 1,2 학년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제 모습보면서 언제 이렇게 몰입해볼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것도 언젠가는 그리워지는 시절이 오겠죠
아 왜 울컥하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