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호삐 [1016682]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3-01-22 2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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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33에서 약대로, 나는 재수를 이렇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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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법이 아닌 그저 제가 어떻게 생활했는지에 대한 글입니다*


우선 현역 때의 성적을 알려드립니다.

저는 국수(가)영화생 순서 

6평 22143

9평 331**

수능 44133

6, 9평의 과탐 성적은 정확히 기억 나지 않으나 거의 노베수준에 개념만 조금 알고 있는 상태였다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현역 때는 9월부터 악화된 건강상태로 인해 수능에도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하며 현역 저의 실력은 수학 가형 기준 32133 또는33133 정도쯤이라고 생각하니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나는 재수을 결심하고 2월 정규반으로 기숙학원을 들어갔다. 나의 마음가짐은 남들이랑 다를 게 없었다.


이 악물고 하자

누구보다 열심히 하자

앉아있을 수 있는 모든 시간에 앉아있자

누가 공부하는 나를 건들지도 못하게끔 하자

나도 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


그리고


“쉬지 말자”


“인간관계, 인간관계는 아예 만들지를 말자”


내가 한 건 이 다짐을 지키기 위해 이 악물고 재수를 한 것밖에 없다. 그리고 그 결과 난 바뀌었다.

이전 기숙학원에서 ‘사람 잘 안 변한다’며 재수하지 말라고 하셨던 말에 난 보란듯이 변했다.


제발 자리 좀 지키고 앉아서 공부하라”고 했던 현역 때의 기숙학원 담임선생임의 말은 

제발 좀 쉬어라”는 새 담임선생님의 말로 바뀌었다.


학원 선생님께 “너 같은 학생을 처음 보는 수준이 아니라 살면서 너 같은 사람을 처음 본다“는 말을 듣기까지 내 노력은 내가 생각해도가상했다.


6시 기상벨이 울리면 누구보다 일찍 숙소에서 나가 아침을 먹고 아무도 없는 교실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했다.

화장실 가는 시간조차도 아끼기 위해서 약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다가 탈수증세가 오기도 했고,

현역 때 공부는 최선을 다해 하지 않았으면서 꼴에 수험생이라고 받은 스트레스에 생긴 기능성 위장장애를 버티며 아파도 자리를 지켰다. 의자에 앉아서 아팠다. 

쉬어도 나아지지 않을 걸 알았기에, 어차피 아플 거, 아프더라도 공부하다가 아프자, 아프더라도 앉아서 아프자는 마음으로 버텼다.

같은 반 애들이 자기들끼리 친해져서 놀고 운동장에서 산책할 때, 눈이 온다고 나가서 눈구경을 할 때,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나는 그런 순간들도 내 성격을 죽이며 자리를 지켰다.

오류로 화재벨이 울렸을 때도 당연히 오류겠지 라고 생각하며 애들이 대피를 해야하냐며 분위기가 어수선해졌을 때조차도 난 자리에 앉아 수학문제를 풀고 있었다.

기숙학원에 지내는 동안, 챙겨오지 못한 짐을 챙기기 위한 첫 번째 휴가와 여름 의무휴가를 제외하고는 2월부터 11월까지 나가지 않고 잔류하며 공부했다.

숙소출입이 허용되어 일종의 낮잠타임이었던 일요일마다 있었던 2-3시간의 자유시간에도 난 자리에 앉아 공부를 했다.

밥을 혼자 영단어를 외우며, 혹은 과탐 개념 정리본을 읽으며 5분만에 먹고 뛰다시피 교실로 돌아가 양치를 하고 약을 먹고 자리에 앉아 펜을 들었다.

누구보다 일찍 나와 공부를 시작한 나는, 마지막 자습종료 종이 울리고도 남아 교실 퇴실시간까지 꽉꽉 채워 누구보다 늦게 교실에서 나갔다.

그렇게 계속 공부를 했다.


한 번 숨 돌리겠다고 쉬어버리면 그 달콤한 휴식의 맛에 계속 쉬고 싶은 마음이 들어버릴까봐 두려워 쉬지를 못했다.


누가 우리반의 담임선생님이나 학생 아무나를 붙잡고 너네 반에서 제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봤을 때 누구든지 망설임 없이 내 이름을 뱉을 수 있게, 

열심히 한다는 게 뭔지를 나를 보면 알 수 있게,

정말 열심히 했다.


친구들과 교류가 없으니, 다툼도 당연히 없었다. 감정소모할 일도 없었고,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느라 시간을 뺏기는 일도 없었다. 

나의 친구는 오직 선생님뿐이었다. 고민이 있을 땐 선생님께 갔고, 너무 지칠 때 한 번씩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했다. 그게 나의 유일한 휴식이었다.

그래야 쓸데없는 감정낭비와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었고, 

휴식시간도 제한이 생기니까.


44133, 22134, 11111, 나의 현역수능과 재수 6, 9평 성적이다.

이렇게 미친듯이 해야 성적이 오르는구나.

이렇게 미친년 소리 들으면서 해야 내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구나, 생각했다.

위와 같은 생활을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버려가며 오직 공부에만 매진했다. 

정말 내 ’목표‘만을 위해서.


그 결과 내 수능 성적은 21112.

남들이 보면 성공한 재수였겠지만 나에게는 실패한 재수와 같았다.

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니까, 결과에는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 과정, 공부한 내 시간에 대해선 아쉬움이 전혀 남지 않았다.

내가 한 번 더 도전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한 번 이렇게 해봤기에, 한 번 과정에서 성공을 해봤기에, 한 번 더 해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나는 할 수 있구나 생각이 들어서, 도전할 수 있었다.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난 이렇게 재수를 했다. 마음은 외로웠고, 몸은 힘들었지만 

결과에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과정에는 아쉬움이 남지 않은 재수“ 

이게 내 재수의 한 줄 요약이다.


모두들 본인에게 맞는 생활방식을 찾아 쏟아부어 후회없는 1년을 보내 2024년 수능, 원하는 결과를 받으면 한다.





*몇몇분들의 요청으로 저의 재수 때 생활방식을 적은 글입니다. 사람의 성격마다 본인들에게 맞고 효율적인 방식이 있을것입니다. 제 글을 보고 아 공부는 무조건 무리하여 몸을 버리면서 해야하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공부하시는 분은 안 계셨으면 합니다. *


2024 수능에 도전하는 모든 수험생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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