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급수. [1077495] · MS 2021 · 쪽지

2023-06-22 23: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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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능은 마라톤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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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급수] 수능은 마라톤이 아닌 두 가지 이유.pdf

“수능은 마라톤이다” 라는 말은 페이스를 조절하며 무리하지 말고 달리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점은 동의하나, 수능을 마라톤과 동일시하기에는 어폐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①일주일에 하루 정도 쉰다고 지장이 가는 것도 아니며

 ②남들을 이겨야지만 성적이 오르는 것도 아닙니다.


차근차근 반박해 보겠습니다.



수험생에게 휴식은 사치?


인간의 실력이 오르는 과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신경망을 본따 만든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두뇌는 24시간 풀가동한다고 버틸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소스를 투입하는 족족 실력 향상으로 이어지지도 않습니다. 즉 하루 순수 공부 시간이 올라갈수록 어느 정도까지는 기대 성적이 올라가지만, 일정 수준부터는 역효과만 납니다.


가령 하루 5시간 공부하는 학생보다는 10시간 공부하는 학생이 좋은 성적을 받을 확률이 매우 높지만, 15시간 공부하는 학생이 10시간 공부하는 학생보다 좋은 성적을 받을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현역 때 불안감에 휩싸여 하루도 빠짐없이 일 년간 15시간씩 공부했던 학생으로써 말씀드리면 그런 학생의 경우 잠도 충분히 자지 못하고, 공부의 밀도도 떨어지고, 사고의 깊이도 얕고, 무엇보다도 불안감에 휩싸인 공부는 제대로 된 방향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당장 내게 필요한 공부보다는 남들이 지금 시기에 하는 공부, 인강 풀커리를 타기 위한 공부를 하게 되더라고요. 피로 누적으로 인한 컨디션 저하와 노력해도 오르지 않는 성적을 보고 찾아오는 우울증은 덤이고요.

일일 공부시간에 따른 제가 생각하는 기대 성적인데, 개인차가 있을 수밖에 없고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제가 말하고자 하는게 무슨 느낌인지만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저의 경우엔 평균 하루 12시간이 가장 효과가 좋았습니다. (공부 효율이나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과는 전혀 다릅니다. 피크 구간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지만, 모든 사람은 일정 피크 이후로는 1시간 더 투자하면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는 구조에요. 이 피크 구간이 어디인지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


<휴식법>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휴식은 요일을 정해서 주 1회 아예 풀로 쉬고, 월 1회정도는 무계획으로 쉬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능 준비하면서 일요일에 공부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성적은 가장 많이 올랐고요.) 다만 주의하셔야 할 것은 rest하셔야지 play하시면 안돼요. 다음 날 공부에 지장이 가면 그건 휴식이 아닌 놀아제끼는 겁니다. 그거야말로 경계하셔야 할 부분입니다. 체력 소모가 큰 운동이나 잔상이 많이 남고 스트레스 받는 게임, 다음화가 기다려지는 드라마 등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추천하는 휴식 방법은 배쓰밤 사서 음악 들으며 목욕하기, 맥주랑 꼬북칩 먹으면서 보고 싶었던 영화 보기, 도심이든 산책로든 아무데나 걸어다니면서 입시 성공한 행복한 상상하며 뇌 비우기 등입니다. 뭐든 공부에 방해만 안된다면 해도 좋아요.

쉴 때는 죄책감 없이 마음을 편히 가지고 휴식하세요. 휴식도 공부의 질을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하니까요. 적절한 휴식은 공부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쉬어야 하는건 알겠는데, 제가 쉴 때 다른 애들은 공부하지 않나요? 에 대한 답은 ②에 있습니다.



수능은 상대평가니까 남들을 이겨야 내가 성공한다.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수능은 상대평가가 맞습니다. 상위 4%까지는 1등급, 11%까지는 2등급 등으로 자르는 구조를 보았을 땐 상대평가가 맞아요. 표본 수준과 내 상대적 위치에 따라서 내 표준점수와 등급이 결정되니까요. 그러나 수능은 미시적으로는 절대평가입니다. 


대관절 이게 무슨 말인지 예시로 알아봅시다.


영철이는 1등급이 목표인 4등급 학생이고, 옆집 현수는 지금까지 1등급을 놓쳐 본 적 없는 학생입니다. 영철이는 현수보다 부족한 점이 너무 많습니다. 현수는 지금 벌써 뉴런과 기출 3회독을 돌리고 있고, 영철이는 이제 쎈발점을 하고 있습니다.


현수를 이기고 1등급을 맞기 위해서는 쎈발점을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하고, 하루 15시간씩 빡공해야 합니다. 다행인 점은 현수는 하루 10시간 정도만 해서 방법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면 영철이가 현수를 이기고 1등급을 맞을 수 있나요?


아니요. 영철이는 현수를 이기기는커녕 그 해 수능에서 3등급을 맞았습니다. 영철이가 누군지 감이 오나요? 영철이는 현역 때 제 모습입니다. 


“현수”는 공부 잘하는 주변 친구들이나 모의고사 끝나고 성적표 올리는 “황” 분들 모두 포함합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1등급으로 가려면 현수를 이기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메꾸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즉 주변에 공부 잘하는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고 그들을 이기는 것을 직접적인 목표로 하기보다는 현재의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수능날 최고의 점수를 가져다 준다는 점에서 수능은 미시적으로 절대평가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 과정에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불안감과 조급함에 압도당해 필요한 공부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영철이가 이런 부분에 집중해서 매일매일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데에 초점을 두고 공부했다면 그 해 수능에서 1등급도 가능했을 겁니다. 


①의 마지막 질문에 답이 되었나요?


현수가 나보다 진도가 빠르고 성적이 좋아도 나는 쉴 때 마음 편하게 쉬고, 공부할 때는 공부시간이나 진도에 욕심내지 말고 스스로한테 온전히 집중해 필요한 공부를 밀도있게 해나가면 됩니다. 


이게 저는 입시 전체에서 가장 어려웠고, 많은 수험생 분들이 잘 못하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순공시간이나 진도만큼 가시적으로 우위가 갈리는 것도 없기에 자꾸 그런 쪽에 집착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적상승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만큼, 여러분 스스로를 믿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부화뇌동하며 남에게 필요한 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부족한 점을 채우는 공부가 100% 나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번 칼럼은 예전 수능 만점자분의 말씀을 빌려 마무리하겠습니다.


“나 스스로를 믿을 수 있게 공부하고, 스스로를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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