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수능 영어 수험생이자, 전공자이자, 교습자로서 느끼는 점
수능 영어라는 틀에 맞춘 영어를 공부한 것이 최소 10년이 넘었고...영어교육과 영어를 전공해서 실제 수능과는 차이가 있는 전공지식을 많이 적용시켜보고 고심해보았고, 수능 영어(와 수능 대비 고1,2 영어)를 꽤 오랜 기간 가르쳐온 입장에서
요즘 수능 영어에 드는 생각이 많지만, 줄이자면 세 가지가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들 뿐이고, 이전에 수도 없이 많은 영어 관련 교육자들이 강조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요즘 더더욱 많이 들어서 언급해봅니다.
1. 단어가 가장 중요합니다.
구문, 문법, 독해론 당연히 중요하지요. 문장 구조 파악을 못 하면, 문법을 잘 모르면, 독해를 거시적으로 하는 법을 모르면 수능 영어가 확실히 어려워집니다. 그럼에도 단어가 가장 중요한 것은, 단어를 모르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라 아예 못 합니다.
GTM method 방식으로 공부를 한 대부분의 국내파 수험생들은 contextual한, 문맥적으로 단어를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문맥적 파악 능력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한들, 그 문맥이라는 것도 단어와 문장으로 구성이 되어있고 그것을 구성하는 단어를 모르면 말짱 꽝 입니다. 그렇다고 하면 수능 영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단어량이 '보장'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 보장되어야 하는 양을 못 채우고 고3이나 N수를 맞이하게 되면, 아무리 좋은 영어 강의를 듣는들, 아무리 많은 문제를 풀어본들 비효율적인 노동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9평이 넘어서도 3~4등급 이하에 머물고 있고 뭔가 절박함에 강의를 이것저것 찾고 "어떻게 해야하죠?"라는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냉정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단어를 몰라서 그렇습니다. 단어를 외우면 됩니다. 단어를 안 외우면 강의 100개를 들어도 의미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끝도 없이 단어를 외우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최소한의 양을 정확하게 외우고, 이를 '활용'하여 제 3의 뜻, 제 4의 뜻을 외우지 않아도 매끄럽게 넘어가고, 문맥적으로 파악을 해서 유추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2. 배경지식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국어에서도 핫한 것이지요. 스키마입니다. 가끔 학생들이 사교육에서 나온 스킬이나 방법론처럼 여기곤 하는데 스키마 이론은 교육학 전공자, 특히 언어교육론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이론입니다. 바틀렛과 피아제가 인지발달 과정에서 설명한 내용인데, 개념으로 지식을 표상하는 구조를 뜻합니다. 지식의 구조화지요. 이것이 독해와 굉장히 밀접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국어교과에서 많이들 활용을 하는 겁니다.
영어도 당연히, 그리고 어떻게 보면 국어보다 더 심할 정도로 배경지식을 통해 지식의 구조화를 이끌고,. 스키마를 구축해놓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특히나 영어가 짜증나는 이유는 모국어도 아닌 언어로 난해한 내용들을 쭉쭉 내기 쉽상이라서입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들을 접했을 때 비슷한 해석력을 갖고 있더라고 하더라도 배경지식이 있다면 내용의 인지적 처리와 해석이 훨씬 용이해집니다. 예를 들어 essentialism과 관련된 지문이 나왔을 때 철학, 혹은 사회과학적 배경지식이 있는 학생들은 이를 바로 본질주의로 캐치하거나, 전개되는 내용을 보고 '아~ 본질주의 얘기하는 거네'가 가능합니다.
반대로 배경지식이 아예 없는 학생들은 'essential? 필수? 필수주의? 뭐가 필수로 필요하다는건가? 뭐지?' 시작부터 이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부터 독해에서 선점을 잡고 가냐의 여부가 갈립니다.
마치 난생 처음 보는 AOS 게임을 플레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면, 롤이나 도타 같은 게임을 해본 사람이면 탑,미드, 정글, 바텀, 골드, CS와 같은 기존의 배경지식을 대입하며 해석해서 좀만 있으면 바로 어느 정도 플레이가 가능하겠지요.그런데 아예 AOS 게임을 생판 모르는 사람이라면 마우스를 클릭해보고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게임 속 캐릭터가 움직이는 정도, 그 이상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클 겁니다.
영어도, 국어도 똑같습니다. 모른다고 해서 아예 못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러나 알면 훨~씬 도움이 되는 것이 자명합니다.
3. 유형별로 요구하는 독해 스킬이 다릅니다. 영어 독해교육론을 공부하다보면, 굉장히 강조되는 내용 중 하나가 reading strategy입니다. 독해 '전략'이죠. 즉, 영어 읽기는 그냥 똑같이 쭉 그냥 읽고 푸는 것이 아니라 전략을 세워서 효율적으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것을 저보다 최소 수백배 이상은 많이 아시는 교수님들, 평가원 연구원들, 영어교사 선생님들이 머리를 짜내서 만들어 놓은 것이 현 수능 '유형'입니다.
당연히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쉬운건 눈을 굴려서 쓱 읽고 중요 문장 찾아서 답 찍고, 어려운 빈순삽은 찬찬히 읽어내려가겠지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것도 세분화 해서, 유형이나 비슷한 유형을 묶어서 어떻게 읽어야 할지에 대한 세부 전략을 세워나가는 겁니다. 아주 일관된 방법으로요. 여러분들이 어떤 선생님에게 어떤 방법론을 배우셨는지 상관 없습니다. 그 좋은 방법론을 '활용' 하셔서 독해 전략을 세우시면 됩니다.
그게 뭐냐고요? 이미 국어에서 여러분들은 하고 있는 그걸 말합니다. 정보량이 쏟아지는 기술지문, 사상자 간의 공차 비교가 필연적인 철학지문, 사례에 대해 심도있는 이해가 필요한 법학지문, 비례관계와 상승하락이 중요한 경제지문
다 똑같이 읽으시지 않고 각 파트별로 어느 정도의 행동영역과 독해전략을 세워두지요. 영어도 똑같다는 겁니다.
특히 skmming과 scanning은 독해교육론 첫 날에 배우는 아주 기초적 개념이자 아주 근본적 개념입니다. 불필요한 것은 눈으로 훑고, 세부 정보는 파악하고. 이 강약 조절이 국어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왜냐면 영어는 외국어인지라 '해석'이 안 되는 경우가 다분하니까요. 해석이 안 되더라도 거시적 구조상 이게 평가원이 설치해놓은 skimming 구간에 위치한 문장이라면 빼놓고 일단 쭉 내려가면 되는 것이고, 해석이 무난하게 되더라도 답과 직결되는 scanning 구간에 위치한 문장이라면 집중해서 뽑아야 할 내용을 뽑아야 합니다.
사실 이 세 개는 상대평가 시절에서는 굉장히 많이 언급된 내용입니다. 아실 분들은 다 이미 인지하고 해봤던 것들이에요. 요즘 수험생들이 안 지키거나 교습자들이 잘 안 언급하려는(저 포함) 이유 중 하나는 1. 영어가 절대 평가이고 2.입시에서 지방 메디컬을 비롯한 일부 모집단위를 제외하면 영어가 별로 안 중요해서입니다.
만약에 다시 상대평가가 된다면(안 되는게 2028까지 확정!) 영어도 국어마냥 영어 독해의 '본질'을 찾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남은 시간에 1,2는 불가능하니 3번이라도 고민해보시고 지금까지 배우셨던 내용들을 활용해서 독해 전략을 세우고 이를 남은 기간 기출과 실모를 풀면서 적용해보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줄 요약: 영어 지금이라도 막 풀지 말고 좀 다른 과목처럼 전략적으로 접근해라
예비 고3, 예비 N수생(?)들은 만약 본인 입시에 영어가 중요한 몫을 차지할 것 같다면 한 번 세 가지를 집중적으로 대비해보는 것을 재고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화이팅입니다.
언제든지 영어든, 사탐이든, 무엇이든 간에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질문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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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사설 많이 풀면서 새로운 활자량을 늘리는 것이 온전하게 1등급으로 가는데에 중요할까요*
그럼요. 그럴려고 사설은 푸는 것이니까요. 물론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전에 무엇보다도 3번의 독해 전략이 제대로 세워져 있고 어느 정도 구문 해석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영단어를 너무 몰라서 항상 30 31 같이 단어를 알아야만 풀수 있는 문제는 쳐다도 안보는 수준이라 80 중반정도 성적대를 맞아왔는데 남은기간동안 영단어 1400개를 외우려고 하는데 이 정도면 의미있는 수준의 암기량일까요?
1400개를 한 달 동안 무작정 외우는 것은 좀 비효울적일 것 같습니다(현재가 6월이었다면 해보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만...). 다만 수능 영어 '빈출' 기준 영단어 기준으로 Top 1400 이내의 모르는 단어들 위주로 매일마다 꾸준히 외워주는 것은 매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인강 강사 수능 영단어장 총 1400개짜리인데 당연히 빈출 기준이 맞겠죠?
제가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요. 단어장 소개 페이지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꾸 어휘 문제를 틀리는데... 계속 훈련밖에 답이 없을까요?
어휘가 문맥상 적절하지 않은 어휘 고르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면, 일단 기본적으로는 단어를 아냐 모르냐가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니 어휘력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 이후에는 그 부분을 단편적으로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문맥'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것을 인지하고 적용시켜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근력운동에 관한 지문이라고 칠 때, 근력운동은 우리 통념상 좋은 것이지만 사실 부작용도 있다는게 주력 내용이라면 지문이 통념-통념 반박-일부지지-재반박 구조라고 쳤을 때
1.거시적 흐름이 근력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어투니 근력운동과 관련된 요소에 붙는 어휘는 당연히 (-)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체 문맥을 파악해야 합니다.
2. 부가적으로 조금 힘을 주면 거시적 흐름에서 벗어나는 세부 구간, 특히 일부지지 등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이 때는 일부 지지 구간이니 근력 운동에 대해 (-)인게 아니라 (+)인 단어가 붙어야 겠지요.
모든 글은 흐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평가원이 묻는 단어도 아무 단어나 찍어서 묻는 것이 아닙니다. 괜히 '문맥'상이라는 말이 붙는 것이 아닙니다. 글의 흐름 파악을 못 하면 답을 찍기 어려운 어휘를 찍는 것입니다.
글의 구조상 흐름에 어긋나는 단어들을 파악하는 연습을 해보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배경지식=스키마
가끔 우리가 사용하는 배경지식이라는 단어가 스키마로 쓰이기도 하지만 엄밀히 보자면 다릅니다. 스키마는 지식의 '구조'이고 배경지식은 지식 '그 자체'입니다. 배경지식이 엄밀히 보 면 더 하위 범주에 속하는 것이지요.
스키마는 형식스키마와 내용스키마로 구성되는데, 현행 수능 교육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배경지식은 후자의 영역만을 언급합니다. 형식스키마를 가지고 '배경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형식 스키마는 본문의 3번에 가깝겠지요.
영어 실모 사기에는 부담되서,, 그냥 19학년도 7월모고 같이 교육청 모고 푸는거 괜찮을까요??
모래주머니는 안 되겠지만 새로운 활자를 접한다는 점에서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회차형 기출문제집도 좋구요
69는 만점인데 가끔 순/삽에서 아예 튕겨서 4개를 다 틀리고 80점대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항상 1등급 딱 맞추는 애들이 영어 과목 특성 상 더 유리한데 그게 안돼서 고민입니다. 69정도는 해석에 의존해서 풀어도 되는 느낌인데 조금 어려운 논리나 해석이 잘 안 되는 내용이면 순/삽이 박살나는데 어떻게 해야 되나요?
9평 기조라면 지문을 유하게 주고 선지를 빡빡하게 준 느낌인데, 그건 아마 잘하시는 것 같고 지문이 빡빡하고 선지를 유하게 준 문제를 못하시는 것 같아요.
남은 기간 동안 기출, 특히 읽기 빡빡했다는 평이 있는 것들을 위주로 대의+빈순삽+장문을 40분 정도 잡고 빠듯하게 풀어보는 연습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단, 매우 중요한 조건이 있는데 푸는 방식은 바뀌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션T의 ABPS라든지, 김지영T의 방향성 독해라든지 그간 배우셨던 독해, 문제 풀이 방법이 있었다면 온전히 그것과 갖고 있는 독해 능력만을 가지고 시간이 빡빡하고 글이 튕기는 상황에서도 답을 찍어내는 연습을 하시는 겁니다.
특히나 순서는 논리적 연결로 푸는 것이 당연히 영어과 특성상 옳은 풀이법입니다만, 그것이 현장에서 읽기 빡빡한 지문에 적용하기 여간 쉽지 않기에 지시대명사라든지, 정관사라든지, 접속사라든지의 힌트들을 파악해서 앞 뒤 연결을 단순히 되는지 확인하는 식의 풀이법 툴을 준비하시는 것도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