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윤 그리고 고2 짝사랑 그녀_ 최종화
고2 여름, 그때는 참 설렜다.
한 손에는 하버마스의 『공론장의 구조변동』을 들고,
또다시 메가커피로 향하는 발걸음이
낯설면서도 자연스러웠어.
그날 이후로 너를 우연히 만났던 메가 커피를 자꾸만 찾게 되더라.
하버마스의 『공론장의 구조변동』은 사실 너무 어려웠지만,
그래도 열심히 읽었어. 다음에 널 만나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오늘은 혹시 널 만날 수 있을까?' 한 손에 들고 있던 책이 내 마음처럼 무거웠어.
에어컨 바람이 시원했던 그 자리에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기다리며.
그리고 마침내 너를 보았어.
이번에는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읽고 있더라.
"어? 백양아, 하버마스 책 읽고 있구나!" 반가워하는 네 미소가 눈부셨어.
널 만날 핑계로 어려워도 꾸역꾸역 읽고 있던 책이었는데,
그 모습이 들킨 것 같아 괜히 부끄러웠어.
"응, 그녀야 너는 새로운 책이네? 포퍼..?"
"응! 하버마스 읽고 나니까 포퍼가 더 궁금해졌어"
네가 말하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어.
"모든 주장은 비판 가능해야 해. 심지어 선생님의 말씀이라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휘저으며 조심스레 꺼낸 네 이야기.
"저번에 네가 해준 이야기들 때문에 많이 생각했어"
내 말에 네 눈이 커졌지.
"나도... 수업 시간에 의문이 들 때가 있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어.
서로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어.
너는 말했지.
포퍼가 강조한 '반증가능성'에 대해서.
어떤 주장도 비판받을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만 진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나는 너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생각했어.
네가 얼마나 용기있는 사람인지.
교과서나 선생님의 말씀도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그 신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랑해'... 속으로만 되뇌었어
우리의 대화는 해가 저물도록 계속되었어.
때론 진지하게, 때론 장난스럽게 철학 이야기를 나누며 보낸 시간들.
그때 우리는 진정한 '공론장'을 만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창밖으로 햇살이 기울어갈 때 우리는 각자의 책을 들고 일어났지.
다음에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하면서 내심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어.
지금도 가끔 그날이 생각나.
뜨거운 여름날,
시원한 카페에서 진리를 향한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우리.
그리고 그 속에 피어나던 서툰 감정들.
첫사랑이란 게 다 그런 거겠지...
철학책을 핑계 삼아 너를 기다리던 날들.
하버마스와 포퍼를 통해 배운 것보다 네 미소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던 시간.
이제는 어떤 학생들이 그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을까?
그들도 우리처럼 진실을 향한 순수한 열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성장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설렘도 느낄 수 있기를.
내가 많이 사랑했어 그녀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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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푸는 동안 카페에서 기다려 줄거지..? (๑˃̵ᴗ˂̵)و
이왕이면 메가커피 구석자리에서!
아참, 포퍼의 반증가능성처럼
내 풀이도 틀릴 수 있으니, 같이 논의해 보자 ⸝⸝› ̫ ‹⸝⸝
25학년 수능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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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글 쓰면서 자꾸 옛날 생각나서 심장이 떨리네요.
고2 여름방학, 메가커피...
책을 핑계로 한 순수한 설렘이
이렇게 다들 공감되는 이야기였을 줄이야...
저도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요 ⸝⸝› ̫ ‹⸝⸝
하버마스도, 포퍼도 모르면서
괜히 어려운 척 하면서 읽었던 철학책들...
근데 그 덕분에 진짜 철학에 빠져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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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엔이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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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시리즈 이후 최고의 로맨스 3부작
그녀가 생각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범준이는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어?
ㅋㅋㅋㅋ
첫 사랑이란~
프사가 개추를 부르는구만
아마 다들 각자의 '메가커피'와
각자의 '그 책'이 있으시겠죠...? (。•́︿•̀。)
캬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최근에는 노벨 문학상...
모두 불의에 저항한다는 점에서 닮았군요
윤동주
한강
백양나무...
멋쩌요
사랑은 멋진 거죠!
ㅆㅅㅌㅊ
재미있게 읽어주신 거 같아서 좋네요.
"네 미소에서 더 많은것을 배웠던 시간"
이거 완전 에리히 프롬이랑 어긋나네요..
사랑은 자기의 소중한걸 주는것이라 배웠건만..
첫사랑이란 게 다 그런 거겠지...
철학책을 핑계 삼아 너를 기다리던 날들.
네 미소를 보며 행복해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던 시간.
그리고 너에게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었던 마음들...
종말로 유
익한 글이에요!
٩( ᐛ )و
창섭아 나도 정상화 되었어!
모두 창섭이 덕분이야
고마워!
추억은 한 편의 산문집 되어
길 잃은 하버마스를 위로하는 진리가 되고
그건 긴 어둠을 서성이던 포퍼가 남기고 간 의미일 거야
창섭아! 정말 아름답다...
그녀도 추억하기를
글에서 약간의 빡침이 드러나는 느낌...ㅋㅋㅋ
어머 순수한 사랑 이야기 인걸요?
진짜 스크롤 내리기를 아까워하며 곱씹어 읽었네요 ㅋㅋ
제 사랑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고마워요!
설마 이게 실화는 아니겠죠
당연히 실화죠!
이젠 소중한 추억이네요...
키야... ㅠㅠ
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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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밀려버릴 글 입니다
이거 밀려도 나름대로 ㅈㄴ 웃길듯.
익택동의 땅크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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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 명의 그녀에게 빠져버렸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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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화까지 아무생각없이 읽었는데 백양에서 뜨끔하고 작성자 보니까 무슨 의미인지 알아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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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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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의 그날 기적이 아니라 고소장이 날라왔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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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정돈 해야 연대가는구나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