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글
(반말주의)
사실 나는 의대가 너무 가고싶었다.
아니, 의사가 되고 싶었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단 한번도 의사가 내 꿈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그 중에서도 외과 의사가 되고 싶었다.
나의 인생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나 자신에게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면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다.
삶의 의미를 ’남을 돕는 나의 모습‘에서 찾겠다는, 이타적이면서도 이기적인 목적이었다.
그런데 그때의 난, 전교생 240명 중에 200등을 할 정도로 공부를 못 하는 학생이었고, 나의 꿈은 나만의 비밀이 되었다.
그리고 그 꿈은 여전히, 나만의 비밀이다.
23학년도 수능에서 13143이라는 처참한 등급을 받았을 때도.
24학년도 수능에서 11121이라는 등급을 받고 한의대에 입학했을 때도.
그리고 삼수를 마친 지금까지도.
부모님을 포함한 모든 나의 주변인들은 의사가 내 꿈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너무 오랜 시간 다른 사람들을 속인 나머지, 가끔은 나도 내 꿈을 잊는다.
이정도면 된 게 아닐까.
너무 힘든데, 이쯤에서 포기해도 잘 버틴 게 아닐까.
또 내 꿈이 흐릿해질까봐, 나는 이 글을 쓴다.
지금이 아니면, 지금을 놓친다면 아마 영영 이룰 수 없는 꿈이 될 것이기에.
올해도 의대에 가지 못한다면, 나는 다시금 수능판에 돌아올 것이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막막한 길이 될지라도.
6년을 나와 함께한 나의 꿈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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