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홍 [1355514] · MS 2024 · 쪽지

2024-12-14 20: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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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사랑은_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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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A가 날 집에 데려다 준 그날을 기점으로 내 마음은 겉잡을 수 없이 커졌음

서로 너무 바쁘고 학교도 집도 거리가 멀다 보니 만날 수 없었지만 연락을 종종 주고 받았음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난 내 목표대로 A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고

입학 날, A는 1교시 쉬는 시간에 우리 반을 찾아왔음

그 애 교실은 5층, 내 교실은 1층 꽤 먼 길이지만 A는 내가 전날 같은 중학교 출신이 없어서 걱정된다는 내 말에 다정하게도 찾아와줬던 거임

그 날 A는 동아리를 고민하는 나에게 자신의 동아리를 추천해줬고 난 A와 같은 동아리를 들어가게 되었음


여느 중고딩 신입 환영회가 그렇듯 우리는 무한 리필 고깃집으로 첫 회식을 갔고 2차로 노래방을 갔음

노래방에서 선배들은 1학년 신입들에게 노래 1곡씩 부르라고 했고 파워 I인 내 성격에 혼자 노래를 부르는 일이란

1년 안에 수학 미적 백분위 100을 찍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이었음 (물론 이럴 거 같아서 1곡 연습해 갔지만...)


A는 내 맞은편에 앉아 있었는데 손을 벌벌 떨면서 마이크를 잡아드는 나를 보고 A는 건너와서 내 옆에 앉았음

그리고 조용히 '너 노래 잘하잖아, 떨지 마 괜찮아' 라고 말해줬음

그 모습을 보고 선배들이 오~ 둘이 뭐냐?

라고 물었고 내심 기대하면서도 적당한 대답을 생각해내던 내 옆에서 A는


"내가 얘 좋아하는데, 왜?"


라고 말함.

그 후로 남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무슨 정신으로 노래를 불렀는지 모르겠음


나는 통금이 있어서 일찍 집에 가야 했고 A가 한 말이 장난이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A와 대화를 하기 겁이 났기에 

A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후다닥 자리를 빠져 나왔음


그렇게 건물 엘베를 타려고 하는데 A가 날 따라 엘베에 탔음

뻘쭘하게 멀찍히 모서리와 모서리에 서서 잠시 정적이 흘렀고

그 정적을 깬 건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A의 말이었음



그렇게 버스 정류장까지 또 정적이 흘렀음



난 겁이 났음

저 말이 장난이면 어쩌지, 괜히 말 꺼냈다가 우리가 멀어지면 어쩌지, 들뜸을 들켰을 때 너무 가벼워 보이는 거 아닌가...

그래서 난 더더욱 한마디도 내뱉을 수 없었음

아까 그 말 대체 무슨 말이냐고, 사실은 2년 가까이 선배를 좋아했다고, 하고 싶은 말들이 입에서 맴돌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버스 정류장까지 천천히 걷는 거였음


그리고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A는 또 다시 정적을 깼음



'진심이야, 아까 한 말.'



부정맥을 의심할 정도로 내 심장이 뛰었음.

심장이 터져 나온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벙쪄 있는 나에게 A는 결정타를 날렸음



'나랑 사귈래?'



참 무던하고 흔해 빠진 고백인데 그게 그 애 입에서 나온 다는 사실이 너무 설렜음

몇 번이고 이 장면을 상상하면서 영화 속 여주인공 처럼 예쁘게 웃으면서 사랑스럽게 응, 딱 한 마디로 대답하겠다고 생각했던 수 많은 날들이 무색하게도 난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면서 응! 이라고 아주 크게 대답했음


그렇게 내 첫사랑은 꽤나 해피엔딩 이었음

생각보다 허망하고 뻔한 첫사랑이지만? 난 정말 소중한 기억

그 후 이야기는 별거 없어서...ㅎ

그래도 좋아요 10개 넘으면 그 후 이야기도 풀어 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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