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수능을 완전히 말아먹었습니다.
수능이 끝난지 이제 약 1달 정도가 지났네요.
오르비를 처음 알게된 시기도 제가 처음 재수를 시작할 당시인 2020년이니, 벌써 약 4년이 흘렀네요.
여러분은 여러분의 성적이 마음에 드시나요?
수능 성적표에 찍혀있는 그 숫자들을 보고 미소를 비롯한 긍정적인 무언가들이 여러분을 감싸고 계신가요?
삼수를 마치고 가야할 대학을 고르던 저의 2021년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저의 수험생활은 핑계의 연속이었습니다.
고작 1년이라는 수험생활에 뭐 그리도 핑계가 많았는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 그것들은 제 수험생활에 방해가 되는 '이유'이기는 했습니다 분명히요.
하지만, 결국 그러한 이유들을 딛고 수험생활에 매진하지 못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그 어떤 이유에도 불구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원하는 성적을 당당히 받으신 수많은 '여러분'들과는 다르게
2022학년도 수능에서 현역 때보다도 낮은 성적을 받은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학창시절 저는 꽤나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교우관계도 나름 좋았습니다.
주변은 항상 친구들로 붐볐고 나름 '행복'이라는 단어를 조금은 편하게 남길 수 있는 상태였죠.
그것을 제 '복'이라고 말한다면 그런 '복'은 18살 이후로 사그라들게 된 것 같네요.
고등학교 2학년 무렵,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말이 되지 않던 이유로
소위 말해, '전교 왕따' 수준의 집단적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기점으로 저는 기존에 앓던 '광장공포증을 동반한 공황장애'가 무척이나 심해지고
공부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제게 '성적'이란 자존심이었습니다.
그 시절 저를 정신적으로 지키는 마지막 희망이기도 했죠.
저의 학창시절만 해도 정신과에 다니는 것은 꺼려지는 행동이었습니다.
스스로 광장공포증과 공황장애로 고통을 받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치료하는 행위를 위해 병원을 다닌 다는 것은 부끄러운 행동이었죠.
병세는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집안 내에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시작되었던 재산관련 송사로 인한 소송으로 인해
어머니는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셨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집안 사정으로 집에서 공부를 하는 제게 쏟아내셨죠.
또, 부부싸움은 극에 달해 종종 제 귀에 들려오는 이혼에 관한 이야기들 또한 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족을 사랑하는 아들이었습니다.
수험생이던 저는 하루에 몇시간씩 어머니의 스트레스를 모조리 들어야만 했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온전한 공감을 원하셨고
그렇게 이야기를 듣다 말 한마디라도 실수를 하게 되는 순간은 곧,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설움 섞인 아픈 말들을 쏟아내셨고
자식으로서 그것은 아프고 저려왔지만
사랑하는 어머니의 고통을 이해했기에 홀로 온전히 감당해야 했습니다.
후회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공부보다는 어머니의 건강이 소중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정신 상태론 공부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결론은 수능을 망치고 말았죠.
결국 수능 끝에서
저는 심한 공황장애와 대인기피증을 비롯한 망가진 스스로만을 남겼습니다.
당시 저는 집안에선 숨을 쉬는게 힘들었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볼 적에 숨을 쉬지 못하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은 퍽 아픈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성적을 많이 낮춰
집에서 멀리 떠나 지방의 학교에 다녔습니다.
학벌에 대한 미련 따위는 잠시 접어둔 채로
잠시 부모와 떨어져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아야 했으니까요.
지방에서의 생활은 퍽 즐거웠습니다.
나름 행복했습니다.
2022년부터 미친듯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도피로 시작한 독서는
제게 새로운 꿈을 가지게 했습니다.
'작가'입니다.
이상하게도 문학책을 읽을 적엔 저는 행복했습니다.
문학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갑니다.
저도 문학 속에서는 '주인공'이 되어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저와 같은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것을 문학에서는 '갈등'으로 표현하더군요.
그렇게 저는 2022년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책을 읽고 수많은 작품을 써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제가 지금까지 써온 습작시만 400편이 넘어가며
짧은 단편소설은 50편에 달해갑니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다시 접수한 수능.
나쁘지 않은 수능 성적.
그것들은 제가 상상으로만 가보았던 문예창작과에 다닐 수 있게 되었죠.
제가 살던 고향 근처에 자리 잡은 문예창작과에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인생은 이렇게 돌고돌아 25살에 1학년으로 문예창작과 신입생이 되었네요.
여러분들 다시 물어볼게요.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의 성적표에 기재된 그 숫자가 마음에 드십니까?
저는 단 한번도 그 숫자가 마음에 든 적이 없었어요.
다만, 지금 돌아보면 그 숫자에 갇혀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꽤나 오랫동안 그 숫자에 갇혀 살았습니다.
수많은 생각들에 내린 결론은
저는 그간 꽤나 과거에 갇히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부디 여러분은 저처럼 과거에 갇히지 마세요.
스스로를 과거에 가두는 것은 본인 스스로인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인생을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의 스스로를 아프게 한 저와는 다르게요.
모든 수험생분들 응원합니다.
저는 앞으로 스스로를 사랑해보려고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그치만일하기는싫은걸
-
조합이 골치아프네
-
3월에 보자 0
-
ㅈㄱㄴ 애들 소식이 없어서 궁금한데 붙어도 잘 안올리나요?
-
생명 노베입니다 한종철 쌤께서 지엽적인 거 많이 알려주신다길래 내신에 좋을 거...
-
2월엔 아마 기숙둘어갈것같은데 1월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고민이 많네요 ㅠㅠ 강대...
-
6칸 추합 0
6칸 최초합 추합 딱 그 경계에 있어서 최초합 추합 왔다갔다하는데 42명뽑고...
-
설인문vs고경영 7
이건 닥전인가 로스쿨,cpa 생각 아예 없고 취업할 거임
-
1인석
-
오르비 < 안 받습니다
-
아직은 있는데
-
360도 달라집니다
-
안녕하새오 도개애오. 오늘은 생1의 직관과 직결되는 '문항 설계구조'에 대해...
-
언제 받나용 예비 고2이면 벌써 받았을까요?
-
1~19번 풀때 뻑뻑한 느낌이었고 25분 내는커녕 40분동안 풀었는데 시발점이 좋을까요
-
내가 돌아왔다 4
살빼고 근육맨 드가자
-
제목 맞추기 ㄱㄱ
-
진짜 과외 함 해보고싶은데 애들 많이답답한가요? 어느정도로 답답해요? 썰좀...
-
올해 연대인문은 추합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아야 할듯 6
연대식 인재(국잘수망)은 나군 서울대에 전혀 맞지 않는데다 교차차단이라 최초합후...
-
저는 25수능을 준비하기 위해 수능선배에서 2월부터 수능까지 계속 다니던...
-
대상혁 도란은 4차원 같다고 밝혀
-
메가 들었는데 대성이 훨 싸서 갈아탈까 고민중임다... 투표좀ㅂㅌ
-
지금까지 들어본 건 김승리T ALL OF KICE뿐이고, 지문을 읽을 때 전반적인...
-
이번 수능에선 사탐런 존재를 9월말에 알아서 강제로 생1 지1을 했지만 이번엔 사탐할거임
-
내신영어과외는 어케하는 건가요 ㅠㅠ 제발 알려줘요 시부유ㅠㅠㅠ수능이랑 달라? 7
아니 내신 영어는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거죠.. 수능 영어만 가르치다가 과외생이 내신...
-
최초합 추합 5
진학사 보면 최초 정시 모집인원 적혀있는데 이게 최초합인원이고 추가로 추합인원...
-
늙엇냐
-
그래야 지원자들이 죄다 도망가서 자기가 들어가죠 반대로 작년처럼 명백히 후하게...
-
저 초등학생 좋아하는데
-
기숙 들어가서 강제로 하는게 나을까요 재종이 나을까요 재종은 통학하는데 시간도...
-
기분 너무 좋다 12
기분이너무좋아요 알코올은 사람을행복하게만들어
-
무슨 홍대 동대 박스 안에 들어가있네… 실제 인식은 이거보다 훨씬 높을텐데 입결이...
-
ㅈㄱㄴ 기분이라도 살리려고요
-
강사 선택 가능인가요?? 높반수업 바꿔 들을 수 있나요? 등반가능한가요??
-
융전 3차 3
냥대 융전 3차 또 0명 … 끝난 건가 연대 쓰신 분 없나요ㅜ 합격허신 분들 중에...
-
서성한라인이요
-
급격하게 살찌는 몇개월동안에 지방간이 생길수 있나요? 0
이게 말이 되는거 맞나요?
-
탈릅 3
더 오리진님 탈릅하신 것 같네요… 아쉽네…
-
성적이 과만 업글되는 정도로 나왔는데 나름 있는편?
-
수능국어 90점이상이 목표인데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
취소할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
4칸 가능성 0
4칸 불합 뜨는데 4칸 중에서는 3등임…ㅠ
-
언제 안정화돼요? 표본 적으면 무조건 칸수 낮아지는 것 같고 연세대랑 건국대 칸수가...
-
읽을게 너무 많아보여
-
원래5칸이였던곳이 변표나오고 3칸으로 떨어짐 ㅋㅋ… 작년이랑 재작년 컷 둘다 봐도...
-
에이 그런 팀이 어떻게 존재해~
-
표본 중에 진학사 7,8,9칸은 빠지는거로 보면 되나요,,?
-
나밖에없겟지
미숙하죠 많이 엉엉..
글 존나ㅜ잘 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