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은둔자(Three Hermits)
"너는 또, 기도할 때에 이방인들과 같이 중언부언하지 말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하여야 들으실 줄 생각하느니라.
그러므로 그들을 본받지 말라.
구하기 전에 네게 있어야 할 것을 하나님 아버지께서 아시느니라."
- 마태오 복음서 6, 7-8
한 주교가 '어느 외딴 섬에 세 명의 신실한 은둔자들이 구원을 찾아 기도하며 수행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들을 찾아가기로 하였다.
주교를 태워준 어부는 '세 은둔자는 그냥 이상하고 무식한 노인네들'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주교는 한 번 그들을 만나보기로 하였다.
섬에서 세 은둔자들을 만난 주교는 은둔자들에게 지금 어떤 수행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은둔자들은 자기들이 기도·수행 방법을 몰라서 계속 이 기도를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당신은 셋이요, 저희도 셋이요,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이들의 신앙심은 확실하지만, 무식해서 신앙생활의 진전이 없다.'고 생각한 주교는,
그 날 늦게까지 머물면서 이들에게 삼위일체와 여러 교리들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그리고 이들에게 주기도문을 가르치고 이것을 외우도록 하였다.
셋 다 머리가 별로 좋지 않아 주기도문을 외우는 데에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이윽고 돌아갈 시간이 되어, 주교는 은둔자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그를 데리러 온 배에 탔다.
그런데 배가 섬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면 위의 무언가가 배를 향해 오고 있었다.
그것은 물 위를 마치 땅인 것처럼 밟고 달려오는 세 명의 은둔자였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경악한 주교에게, 은둔자들이 말했다:
"주교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외우고 또 외웠는데 잠깐 멈추니까,
그새 주교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문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제발 다시 기도문을 가르쳐주세요."
주교는 성호를 긋고 은둔자들에게 예를 표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돌아가서 그대들이 하셨던 원래의 기도를 계속하십시오.
제겐 여러분과 같은 하느님의 사람들을 가르칠 자격이 없습니다.
부디 저희 죄인들을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
러시아 볼가 강 유역의 민담을 바탕으로 레프 톨스토이가 1886년 발표한 단편.
성경 구절은 톨스토이가 직접 인용한 인용문(epitaph)으로 소설의 일부.
cf. 소설 영문판 전문 링크 : http://www.online-literature.com/tolstoy/2896/
이런 거 자꾸 올리는 거 보면 확실히 틀딱 맞는 듯...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ㅇㅈ 13
머리카락으로 거슬리게 하기
-
설경 왜안썼지 15
401.x인데 막판에 순위 넘 낮아져서 토낌 근데 모 397이 붙는다고요 ?
-
진짜 순수한 의도로 밥한먹 먹자는 거였는데 뜬금없이 욕이 날아와서 너무 화나서...
-
씁쓸하네 17
보내도 내가 보내고 싶었는데....
-
ㅅㅂ 왜 8
설맞이 팬인거 ㅇㅈ하려 했더니 이자식들이 발거락이너 쳐보고 누워있네
-
이 성적으로 안정 잡히는 대학 라인이 어디일까요? 다채롭게 조져서 다 비슷할거긴...
-
ㅇㅇ
-
얼굴이 부각되어야 함
-
살면서 몇안되는 잘한일일지도
-
おやすみなさい 11
취침.
-
미치겠다 아아아아악 이미 끝났는데 잊은 줄 알았는데 왜 이래 울고 싶다 아직도...
-
현재의 나를 기록해놓은 느낌이라 몇 년 후에 보고 싶어서임
-
그런 남자 니가 만날까봐
-
짝남 찐사랑이었던 이유 12
매일매일 반찬으로 씀ㅎㅎ
-
4300덕코 뿌림 12
이유: 155700 덕코 맞춰야함
-
난 그래도 사귀고 나서 자야…
-
라고 하면 안되겟죠
-
보통 70~80정도 나오나
-
실생활에서 가장 도움이 많이되는게 뭘까? 지리?
-
전 메신저일 뿐임 밑에 글은 협박당해서 복붙해서 올리는거... 아래 글에 대해...
무교긴한데 삼위일체때문에 특히 거부감이 매우 심함
나는 사실 가톨릭=천주교인데 이 이야기를 통해 전도하려거나 종교를 지지하는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님.
솔직히 나도 교리 잘 모르고 성당 안 나간지 꽤 돼서(냉담) 천주교인이라고 자칭하기도 뭐하다;;
옛날에 내가 디시 수갤·빡갤에 올린 글 정리하다가 발견하고 마침 오늘 크리스마스라서 올려봤음.